오해원의 "외모 체크!", 리센느의 "거제 야호!"…잘 쓴 밈 하나, 열 마케팅 안 부럽다 [MD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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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원, 원이, 미나미 /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마디'가 거대한 자본을 이기는 시대다. 막대한 제작비와 정교한 티징 프로모션을 앞세운 정석 플레이 틈바구니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 터져 나온 짧은 추임새나 엉뚱한 농담 한마디가 소셜미디어(SNS)의 물결을 타고 팀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는 기적이 반복되고 있다.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흥행 치트키로 자리 잡은 이 '밈(Meme) 마케팅'의 중심에는 그룹 엔믹스(NMIXX)의 해원과 최근 가파른 역주행 신화의 주인공이 된 리센느(RESCENE)의 원이·미나미가 있다. 이들은 완벽하게 가공된 아이돌의 신비주의를 과감히 탈피하고, 숏폼 플랫폼을 저격한 날 것 그대로의 매력과 재치 있는 한마디로 팀을 대세 반열에 올려놓았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주자인 엔믹스는 데뷔 초부터 압도적인 라이브 실력과 탄탄한 퍼포먼스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치에 비해 대중적인 한 방이 아쉽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흐름을 완전히 뒤바꾼 전환점이 바로 리더 해원의 예능감이었다. 평소 온갖 인터넷 밈을 섭렵하며 남다른 예능 촉을 보여주던 해원은 웹예능 '워크돌'의 승무원 체험 도중 거울을 보며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 "외모 체크!"

사랑스러운 이 동작과 멘트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수많은 셀럽과 대중이 이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엔믹스를 향한 대중의 심리적 장벽은 단숨에 허물어졌다. 실력만 좋은 줄 알았던 그룹이 '친근하고 재미있는 팀'으로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해원이 던진 숏폼 치트키 한마디는 엔믹스의 대중적 인지도를 확장하고 팀의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해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 상반기 유튜브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집어삼킨 주인공은 중소 기획사의 기적을 쓰고 있는 리센느다. 이들의 운명을 바꾼 복덩이 같은 한마디는 리더 원이의 개인 채널에서 튀어나왔다. 짙은 화장과 나른한 태도의 '갸루' 스타일로 꾸민 일본인 멤버 미나미에게 거제 출신 원이가 "너 지금 이렇게 하고 거제 가잖아? 시민들한테 혼나"라며 핀잔을 주자, 미나미는 천연덕스럽게 "거제, 야호!"라고 받아쳤다.

상대의 묵직한 사투리 공격을 맥락 없는 유쾌함으로 무력화시킨 이 한마디는 순식간에 메가 히트 밈으로 등극했다. 효과는 경이로웠다. 웹예능에서 노래 제목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하며 인지도의 한계를 보여주던 리센느의 2024년 8월작 '러브 어택(LOVE ATTACK)'이 음원 차트에서 무서운 속도로 역주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러브 어택'은 10일 0시 기준 멜론 톱100 차트 7위까지 치솟았고, 리센느는 오는 11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강제 소환되어 무대를 꾸미게 됐다. 단 한 마디의 유행어가 중소돌의 설움을 한 번에 씻어내고 멤버 전원을 거제시 홍보대사 자리까지 앉힌 셈이다.

엔믹스의 "외모 체크!"와 리센느의 "거제 야호!"가 지닌 공통점은 철저하게 계산된 마케팅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메라 뒤 멤버들의 가식 없는 인간미와 자연스러운 개성이 플랫폼의 흐름과 맞물려 자생적으로 폭발한 결과다. 대중은 억지로 쥐여주는 정형화된 콘셉트보다, 아티스트 본연의 유쾌한 매력이 돋보이는 날 것의 서사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이 한마디가 안긴 화제성이 결국 아티스트의 '본업'인 음악과 실력을 재발견하는 발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해원의 예능감 덕에 입덕한 이들이 엔믹스의 무결점 라이브 무대에 감탄하고, 거제 밈에 웃던 이들이 리센느의 숨은 명곡 '러브 어택'을 찾아 들으며 차트 역주행을 이끌어내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팀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은 소녀들의 재치 있는 한마디. 11월 대형 시상식인 'KGMA'의 메인 MC 자리까지 꿰찬 리센느 원이와 글로벌 스타로 굳건히 자리 잡은 엔믹스 해원의 행보는, 숏폼 시대 K-팝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생존 문법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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