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경쟁 키워드로 '실행력' 제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전동화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경쟁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에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과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승부는 기술 구상보다 구현 속도와 안정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AI·자율주행 경쟁의 핵심 기준으로 '실행(Execution)'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술을 얼마나 앞서 확보했는지보다,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완성하느냐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한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이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의 인터뷰 콘텐츠를 공개하고 △AI △자율주행 △SDV 분야에 대한 기술 전략과 조직 운영 철학을 소개했다. 이번 인터뷰는 오는 9월17~18일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열리는 HMG 테크 탤런트 포럼 2026을 앞두고 마련됐다.


박 사장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개발 초기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테슬라 비전 설계에 참여했고, 이후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인지 기술 조직을 이끌었다. 올해 초 현대차·기아 AVP본부장과 포티투닷(42dot) CEO로 합류한 뒤에는 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SDV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현대차그룹 합류 배경으로 꼽은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가능성이다. 박 사장은 "모빌리티 혁신은 확장 가능한 하드웨어 역량과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실현된다"며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역량과 소프트웨어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 기준…연구 성과에서 시장 구현으로

자율주행 분야는 오랜 기간 선행 연구와 기술 과시가 경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관심은 실제 차량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신뢰성과 확장성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술보다 다양한 도로 조건과 운전자 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박 사장도 같은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미래는 누가 기술을 먼저 개발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확장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실행 우선(Execution-first)' 접근법은 이 같은 산업 변화와 맞닿아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양산차와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 자체의 성능만큼이나 품질 검증, 안전 기준, 생산 체계와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역량을 그룹 내부에 축적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차량 개발, 데이터 운영, 양산 적용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협업으로 속도 확보·내재화로 완성도 강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글로벌 협업과 기술 내재화를 병행하는 구조다. 협업을 통해 상용화와 검증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고, 동시에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SDV 개발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다.

박 사장은 "파트너십을 통해 축적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현대차그룹 자체적인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다"라며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우리 기술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데이터다.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을 얼마나 많이 학습하고, 이를 얼마나 빠르게 제품 개선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성능 차이가 벌어진다. 데이터 확보와 모델 개선, 양산 적용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기술 경쟁력이 쌓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자율주행 센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포티투닷, 모셔널(Motional) 등이 데이터를 연결해 활용하는 '데이터 유니언(Data Union)' 체계를 구축하고, 주행 데이터가 모델 개선과 차량 적용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구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도 박민우 사장이 주목한 분야다. 그는 로보틱스를 자율주행과 피지컬 AI(Physical AI)를 잇는 미래 전략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기술이 실험실 안에서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머물지 않고, 대규모 양산과 상용화를 통해 실제 사람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갈등은 긍정적 마찰"…SDV 전환기 조직문화 강조

이번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술 전략만큼 조직문화에 대한 언급이다. SDV 전환은 완성차 기업 내부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과제다. 기존 제조 중심 개발 방식과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문화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조직 간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박민우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견 충돌을 변화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봤다. 그는 "중요한 것은 갈등을 우리가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마찰로 바꾸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책임도 리더십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박 사장은 "기술 그 자체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실패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리더가 지겠다"고 강조했다.


개발자 관점에서는 지금이 의미 있는 전환기라고 평가했다. 제조 기반 개발 체계와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문화가 공존하면서 젊은 엔지니어들도 주요 의사결정과 새로운 기술 스택 도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협업은 표준과 검증으로 이어지고, 내재화는 최적화와 현실을 뜻한다"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하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기술적 판단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9월 미국 산호세에서 여는 HMG 테크 탤런트 포럼 2026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포럼을 통해 글로벌 우수 인재들과 기술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인재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박 사장은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 인사실장 김혜인 부사장 등과 함께 포럼 메인 세션인 키노트 스피치에 참석한다. 리더스 패널 토크에도 참여해 현대차그룹의 AI·자율주행·SDV 전략과 엔지니어링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연구실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데이터, 양산, 안전 검증, 조직문화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박민우 사장의 메시지를 통해 '실행력'을 전면에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차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 선언보다 고객이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역량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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