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도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된 모습이다. 오랜 기간과 숱한 우여곡절 끝에 최종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주목된다.
◇ 결판 앞둔 KDDX 사업자 선정… 치명적 보안감점 불가피
또 기각이다.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다시 한 번 퇴짜를 맞았다. 방사청의 보안 감점 적용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지난 5일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KDDX 사업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는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직접적으로 얽혀있다.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각각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측의 군사기밀 유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사업이 표류하기까지 했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의 핵심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게 관행이었는데 HD현대중공업의 중대 부정행위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 및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그렇게 2년여 간 난항이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말에 이르러 경쟁입찰이 최종 결정됐다.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구체적인 사안은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감점 적용 연장이다. 보안감점은 확정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3년간 방사청 입찰 참여 시 적용된다. 군사기밀 유출을 저지른 HD현대중공업 직원 8명은 2022년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른 보안감점 적용 기간은 2025년 11월까지였다. 문제는 나머지 1명의 직원이 항소심을 거쳐 2023년 12월에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법률 검토를 거쳐 두 확정 판결을 각각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보안감점을 연장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2025년 11월을 기해 1.8점의 보안감점 적용은 종료하되, 이후 2026년 12월까지 1.2점의 보안감점을 연장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방사청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HD현대중공업의 단독 응찰로 실시된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입찰에 실제로 적용됐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부당한 조치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KDDX 사업을 염두에 둔 대응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을 상대로 이어온 가처분 신청 잔혹사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 5·6번 호위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보안감점으로 탈락하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또한 지난 3월엔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 RFP를 배포하면서 관련 자료를 공유하자 경쟁사에 영업기밀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달 기각됐다.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모두 헛물만 켠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은 가장 뼈아픈 결과로 평가된다. 최종 결판을 앞두고 있는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에 있어 보안감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을 재차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통상 함정 수주전이 0.1점~0.2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1.2점의 보안감점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방사청은 7월 중으로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오랜 기간과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최종 결판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로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으나 경쟁입찰 결정과 보안감점 연장 적용으로 궁지에 몰린 HD현대중공업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 주목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