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평양에선 지금’] “김정은 욕해 봐” 이런 면접이 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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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북한학 박사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북한학 박사

최근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들 사이에서 북한 해커를 가려내는 이른바 ‘면접 질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정은에게 욕을 해보라”는 단순한 요구에 응시자가 말을 잇지 못하거나 화면을 꺼버리는 장면이 이어지면서다. 

그동안 북한 해커들은 굴지의 해외 IT업체들이 온라인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는 점을 노리고 신분을 위조해 취업을 하거나 일감을 챙겨왔다. 이를 통해 해외 빅테크 관련 정보를 캐내고 심지어 관련 개인정보까지 탈취하는 일이 잦았다. 이에 대한 방책으로 ‘욕설 면접’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갑자기 누구에게 욕을 하라는 게 황당한 요구일 수 있는데, 취업에 목말라 있는 취준생 입장이라면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먼 나라 최고지도자에게 시원하게 욕설 한 번 퍼붓지 못할 이유도 없다. 북한 체제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평양 정권의 급소를 찌르는 기발한 착상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이 같은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북한 체제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세뇌돼 수령이나 최고지도자를 비판하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걸 상상할 수 없도록 뇌구조가 형성된 그들에게는 절대 금기시되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설사 외화벌이를 위한 과정이라 해도 북한 해커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그 상부나 핵심 간부도 ‘어쩔 수 없으니 김정은 동지 욕 한 번 하고서라도 해킹을 쟁취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이런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는 이유는 북한 사회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은 개인의 의사표시 차원을 넘어 체제에 대한 반역이자 ‘정치적 생명’의 종결로 간주된다. 이는 곧 가혹한 처벌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해외 IT기업 침투라는 현실적 이익이 걸린 상황에서도 최고지도자를 욕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산물이다.

북한은 오랜 기간 수령 중심의 절대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교육과 선전, 조직생활 전반을 통한 세뇌로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면화시키는 구조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인의 자율적 판단이나 비판적 사고가 자리 잡기 어렵다. 철저한 정보통제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체제 내부의 기준이 곧 현실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이 같은 경직된 구조는 대외 활동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얼마 전 남한을 방문한 북한 여자축구 ‘내고향선수단’의 사례에서 보듯 외부와의 접촉에서도 철저히 통제된 태도를 유지하며 경직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행동 규율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내부에서 형성된 심리적 경계의 반영이다. 만일 그들이 우리 공항의 화려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남측의 응원이나 환영에 웃음을 보였다가는 평양 귀환 후 혹독한 시련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른바 ‘남조선 물 빼기’ 작업은 철저하고도 치밀하게 이뤄진다는 게 대북정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구조가 북한 청년층의 진로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사이버 해킹과 가상화폐 탈취는 단순한 범죄 행위로 보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외화 확보 전략과 맞물려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상당수 청년 인력이 국가범죄에 동원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단기적 외화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강화시키고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다. 당연히 탈취된 코인이나 달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거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정책적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군사력 중심의 자원 배분 구조를 재조정하고, 민간 경제 분야에 대한 투자와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병행하는 이른바 ‘병진 노선’은 이미 한계가 드러난 상태다. 핵무력 강화는 단기적인 체제 안전 보장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국제 제재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는 외부 자본과 기술 유입을 차단하고 경제 성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실적인 대안은 보다 분명하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접근과 함께 경제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재 완화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은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은 개방과 경쟁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국가 경제를 견인해왔다. 이는 단순한 기업 성공 사례를 넘어 제도와 정책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원망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면서 국부를 탕진한 선대의 정책으로 ‘부실기업’인 북한을 물려받아 고생하고 있다는 탄식이다.

북한 역시 인적 자원과 지리적 조건을 고려할 때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와 통제 중심의 경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기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경험을 통해 서구 자본주의 작동 방식을 직접 접한 바 있으며, 이는 할아버지·아버지와 구별되는 요소다.

지금까지의 행보는 체제 안정과 통제 강화에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남 관계에서도 ‘한국=제1 주적’이라거나 ‘남북 2국가론’ 같은 적대와 긴장 고조 행위는 피해야 할 언동이다.

결국 ‘김정은 욕해보라’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컴퓨터 스위치를 꺼야 하는 현실은 북한 체제의 경직성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한 북한의 체제전환이나 발전은 물론 생존 자체가 어렵다. 이제 정책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운 과제다. 핵과 대결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경제와 공존을 중심에 두는 접근으로 전환할 때, 북한은 보다 안정적인 발전 경로에 들어설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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