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탁소텔 글로벌 판매 개시…K제약 사업 모델 다변화 주목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항암제 사업을 통째로 인수해 직접 글로벌 판매에 나서는 첫 사례가 나왔다. 보령(003850)이 사노피의 대표 항암제 '탁소텔(Taxotere)' 사업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해외 사업 모델도 한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령은 지난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체결한 탁소텔 글로벌 비즈니스 인수 계약을 최종 종결하고 이달부터 글로벌 판매를 공식 개시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탁소텔 매출은 이달부터 보령의 실적에 직접 반영된다.

이번 계약을 통해 보령은 한국과 중국, 독일, 스페인, 중남미, 중동 등 19개 국가 및 지역에서 탁소텔의 판권과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상표권 등 사업 전반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최종 계약 규모는 약 1억7000만 유로(약 2796억원)로 확정됐다. 이는 당초 최대 1억7500만 유로 규모로 알려졌으나 국가별 재고 현황 등을 반영해 최종 거래 금액이 조정됐다.


탁소텔은 도세탁셀 성분의 오리지널 세포독성 항암제로 1995년 유럽 허가를 받은 데 이어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현재 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과 전이성·진행성 암 치료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의 핵심 치료제로 활용되면서 여전히 글로벌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도세탁셀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등재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제품 인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기술수출이나 해외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운영하던 오리지널 항암제 사업 전체를 넘겨받아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보령은 이미 2020년 릴리의 항암제 젬자, 2022년 알림타의 국내 사업을 인수하며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여기에 탁소텔 글로벌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단순 판매 기업을 넘어 글로벌 필수 항암제 공급자로 입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약 개발 중심의 성장 전략과 함께 검증된 의약품 자산을 확보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이른바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 제품과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령이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과제는 글로벌 공급망 운영 역량 입증이다. 생산과 품질관리, 허가 유지, 유통 등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단순 제품 판매와는 차원이 다른 사업 역량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보령이 탁소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경우 향후 추가적인 글로벌 의약품 인수에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진 보령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탁소텔 비즈니스 인수는 단순히 오래된 항암제 한 제품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필수 항암제의 허가와 품질, 생산, 유통을 직접 책임지는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라며 "탁소텔을 발판으로 글로벌 항암제 공급 시장에서 입지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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