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2차 입찰에 돌입한 가운데, 1차 입찰에 불참했던 HD현대중공업이 참가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을 향해 또 한 번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선 모습이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 경쟁 과정에서 기밀유출 파문으로 궁지에 내몰리며 ‘가처분 신청 잔혹사’를 이어왔던 HD현대중공업이 이번엔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가처분, 또 가처분… ‘보안감점 리스크’ 향방 주목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28일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2차 입찰 참가 등록을 마감한다. 이어 오는 29일엔 제안서 제출도 마감하고 개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실시한 1차 입찰은 지명경쟁 방식 속에 HD현대중공업이 불참하고 한화오션이 단독 응찰하며 유찰된 바 있다. 2차 입찰엔 HD현대중공업도 참가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표류했던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전이 마침내 중대 관문을 앞두게 됐다.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실전 배치해 퇴역이 예정된 기존 구축함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KDDX 사업은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바 있다.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한 건 본격적인 단계라 할 수 있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두고서다. 기존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중대 군사기밀 유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행인 수의계약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전력에 따른 적정성 문제가 제기됐고, 경쟁입찰의 경우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되는 보안감점으로 인해 사실상 한화오션의 수주를 의미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양사는 물론, 양사가 위치한 지역 간 갈등 양상이 빚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2년여의 오랜 난항을 겪은 끝에 지난해 말 경쟁입찰이 최종 결정됐다.
주목을 끄는 건 HD현대중공업이 2차 입찰 참가와 함께 방사청을 상대로 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건 방사청의 ‘보안감점’에 대해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진행된 해군 차세대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입찰에 참여했으며,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불참으로 수주를 눈앞에 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안감점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고, 이것이 부당하다며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보안감점은 군사기밀 유출 유죄 판결 확정에 따른 것으로, 방사청 입찰 참여시 반영된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로 기소된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3년 간 보안감점을 받아왔다. 그런데 보안감점 적용 기간 종료를 앞둔 지난해 11월, 방사청은 ‘1년 연장’을 검토하고 나섰다. 9명의 직원 중 2022년 11월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없이 확정된 직원 8명과 항소심을 거쳐 2023년 11월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직원 1명을 각각 다른 사건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두 사건의 판결 확정 시점이 다를 뿐 아니라, 유출한 기밀의 내용도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법률 검토를 거친 방사청은 두 사건을 별개로 판단해 보안감점을 올해 11월까지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최근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실제로 보안감점이 연장 적용된 것을 확인한 HD현대중공업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대응은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도 염두에 둔 성격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입찰은 단독 응찰한 상태라 보안감점 적용 여부에 따른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 반면,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에 있어 보안감점은 최대 변수이자 HD현대중공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약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가 받아들여질 경우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 보안감점 적용 여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HD현대중공업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잔혹사’를 이어왔다.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23년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 5·6번 호위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보안감점으로 고배를 마시자 이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같은 내용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고충민원 역시 기각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이 재개된 올해 들어서도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 RFP를 배포하며 관련 자료를 공유하자, 자사의 영업기밀이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넘어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기각됐고, HD현대중공업은 항고한 상태다.
즉,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로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최근 3년간으로 넓히면 3번째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이는 KDDX 사업 과정에서 그만큼 궁지에 몰려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안감점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 가처분 신청은 다른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지,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에선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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