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한림대성심병원 중환자의학센터, 병원 안팎 잇는 ‘통합 시스템’으로 중증환자 생존율 높인다

마이데일리

최근 의료 현장은 질환별 전문화를 통해 환자 중심의 정밀 의료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병원의 핵심 진료 분야와 특화 센터를 중심으로 저마다 축적해온 경쟁력과 치료 역량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중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이 급성기 생명 유지부터 퇴원 후 삶의 질과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방향까지 진화하는 가운데,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의 통합 진료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신설된 중환자의학과를 중심으로 전담 전문의 협진 체계를 공고히 한 한림대성심병원은 첨단 이송 수단인 모바일ICU와 그간 축적된 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 역량을 결합해 경기 남부 지역 중증환자 케어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확장 개소한 내과계 중환자실. /한림대학교의료원

◇ 전문의 중심 전담 진료과 출범… “1분 1초 골든타임 잡는다”

새로 출범한 중환자의학과는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신경과 등 중환자 진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교수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내과계·외과계·심혈관계·신경계 등 병원 내 여러 중환자실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특히 전문 분야별 책임 전문의를 지정해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집중 진료를 제공한다.

과거 중환자실은 환자를 입원시킨 진료과가 외래, 병동, 중환자실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판단과 대응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중환자의학과 신설을 통해 의료진 소속과 운영 체계를 ‘중환자 진료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중환자의학과는 수술 환자와 응급실 입원 환자의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중증환자의 상태 악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게 치료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진료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대폭 높였다.

아울러 중환자 치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프라와 인력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인공호흡기 조절과 시술 보조를 전담하는 ‘중환자전문간호팀(ACCN)’, 지속적 신대체요법을 지원하는 ‘통합중환자간호팀(CCNS)’을 함께 운영하며, 전문의와 전문간호 인력이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92병상 확장… ‘생명 유지’에서 ‘적극적 회복’ 공간으로

한림대성심병원은 본관 4층 중환자실을 확장 개소하며 중환자 병상을 기존 69병상에서 92병상으로 대폭 늘렸다. 새로 확보한 23개 병상에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음압격리병상 2개가 포함됐다.

이번 확장은 심부전, 호흡부전, 패혈증, 급성 신부전, 간성혼수 등 고도 치료가 필요한 내과계 중환자 수용 역량을 극대화하고, 중환자의학과 중심의 통합 진료체계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다.

치료 환경 역시 환자 중심으로 크게 진화했다. 고성능 헤파필터 환기시스템을 구축해 감염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입원 환자의 섬망(의식장애) 예방을 위해 자연 채광이 가능한 구조로 리모델링하고 병상별 TV도 설치했다.

환자 호흡 상태를 시각화해 정밀하게 살피는 인공호흡기, 체외순환을 통해 노폐물과 염증인자를 제거하는 투석 치료기, 병상 내에서 신속한 진단과 처치를 돕는 초음파 장비 등 최첨단 장비도 대거 도입했다.

중증환자 이송 중인 전담팀. /한림대학교의료원

◇ ‘Mobile ICU’와 ‘ECMO’로 병원 안팎 잇는 중증치료망 구축

중증환자 케어는 병원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병원 간 이송 단계에서부터 중환자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바로 ‘모바일ICU(움직이는 중환자실)’다. 한림대성심병원은 2024년 1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가 추진한 ‘중증환자 병원 간 이송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선정돼 이를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ICU는 중증환자 이송을 위해 특수 제작된 전담 구급차다. 차량 내부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치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고도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를 타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차량 크기(길이 7.56m, 너비 2.37m, 높이 2.92m)부터 일반 구급차보다 약 1.5배 넓다. 내부에는 ECMO, 인공호흡기, 환자 모니터링 장비, 고유량 산소치료기 등 첨단 의료장비가 탑재돼 있다. 대용량 전력 사용이 가능하고 산소통을 일반 구급차보다 4배 이상 적재할 수 있어, ECMO와 인공호흡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장거리 이송도 거뜬하다.

출동 시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로 구성된 3인 전담팀이 탑승해 환자의 생명을 지킨다.

중환자의학센터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세계적 수준의 ECMO 치료 역량이다. 병원은 지난 2015년 국내 처음으로 ECMO센터를 개소했으며, 김형수 병원장이 초대 센터장을 맡아 고난도 중증 심폐부전 환자 치료를 이끌어왔다.

ECMO는 심장이나 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순환시키는 장치로, 환자의 심폐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생명을 지탱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한림대성심병원은 흉부외과, 중환자의학과, 순환기내과, 응급의학과, 신장내과, 신경과 등 다학제 협진을 통해 ECMO를 운영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응급환자 전용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관조영술, ECMO 치료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에크모를 단일 장비가 아닌 ‘통합 치료 시스템’ 안에서 운용하는 것이 이곳의 강점이다.

이러한 고난도 치료 경험은 국내외 의료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국내 처음이자 세계 9번째로 폐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당시 환자는 112일간 ECMO 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유지했다. 이는 장기간 ECMO 유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출혈, 혈전증 등의 합병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폐이식까지 연계해 낸 대표적인 사례다.

중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박성훈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중환자의학과장. /한림대학교의료원

◇ 퇴원 후 ‘평온한 일상’까지 바라본다

한림대성심병원은 글로벌 학술 교류를 통해 중환자의학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에는 호주 중환자리서치그룹(CCRG)과 함께 ‘중환자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생명 유지를 넘어 시스템 혁신으로’를 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심정지, 심장이식, ECMO 치료, 미래형 ICU 시스템 혁신 등 중환자의학의 핵심 의제들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호주 CCRG 설립자인 존 프레이저 교수와 데이비드 맥기핀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 역시 병원 밖 심정지 환자를 위한 ECMO 도입 사례, 중환자실 시스템 개편 및 간호 혁신 성과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병원은 이처럼 활발한 국제 심포지엄과 연구 활동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한편,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오늘날 중환자의학의 목표는 단순히 ‘생명을 살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의 중환자 치료는 환자의 장기 기능을 보존하고, 퇴원 후 삶의 질과 성공적인 일상 복귀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중환자 치료는 1분 1초의 판단이 생사를 가르는 만큼, 병원 안팎의 모든 인프라가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생명 유지를 기본으로 환자의 완전한 일상 복귀까지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경기 남부 지역 주민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중증치료 거점의 역할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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