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모두가 '더 빠르게, 더 많이'를 외치며 첨단 기계식 수경재배로 돌아설 때, 굳이 허리를 굽혀 흙을 채우고 씨앗을 심은 청년이 있다. 전남 고흥군 득량만의 서늘한 해풍을 맞으며 초록빛 희망을 키워가는 '거북이농장'의 이야기다. 스마트팜 교육을 기반으로 한 20대 여성 청년농업인 신정빈 대표는 화려한 디지털 기술 위에 '흙의 가치'를 더한 하이브리드 온실을 구축, 프리미엄 유러피언 샐러드 시장에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늘의 결실이 있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년. 대학 졸업 후 고흥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20개월간 혹독한 스마트팜 교육 과정을 수료한 신 대표는 곧바로 대량 생산 전선에 뛰어들지 않았다.
전국의 농가를 돌며 견학하고 재배 실습을 반복하는 동안, 가슴 한구석에는 늘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쉽고 빠른 길을 두고 왜 사서 고생이냐?"는 주위의 만류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청년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그녀는 묵묵히 버텨냈다.
"스마트팜이라는 첨단 유행 속에서도 농업의 본질인 '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양액만 주입해 기르는 채소는 깨끗할지언정, 자연이 주는 깊은 맛을 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무모해 보였지만 느리더라도 확실한 경쟁력을 믿었습니다."
수많은 눈물과 땀방울 끝에 마침내 지난해 12월, 청년의 꿈을 담은 스마트 온실이 준공됐다. 약 4개월간의 숨 가쁜 시험 재배를 거쳐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생산 체계에 돌입했다.
거북이농장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온실 내부에 끝없이 펼쳐진 3km 길이의 '토경 틀밭'이다.
뿌리가 차가운 플라스틱관 대신 따뜻한 흙 속에서 충분히 숨 쉬며 온갖 영양분을 흡수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여기에 득량만의 천혜의 해풍을 활용해 겨울에도 가온 시설 없이 기르는 친환경·저탄소 재배방식을 전면 도입했다.
속도를 줄이고 가치를 높인 청년의 뚝심은 시장에서 먼저 응답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직거래를 중심으로 출하된 거북이농장의 샐러드 채소는 한 번 맛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무서운 속도로 재구매율이 치솟고 있다.
단순 수분 중심의 채소와 달리, 아삭한 식감이 오래 유지되고 씹을수록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단맛이 올라온다는 평가다.
한 단골 고객은 "요즘 채소들은 며칠만 지나도 무르는데, 거북이농장 채소는 싱싱함이 오래가고 맛이 참 깊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업 전문가들 역시 거북이농장의 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농촌 지역에서, 청년농업인의 아이디어와 첨단 스마트팜 기술, 그리고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농업이 결합된 성공적인 고향 정착 모델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생산량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변화하는 현대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이다.
거북이농장 신정빈 대표는 "느리지만 건강한 채소를 생산하겠다는 처음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현재 친환경 인증 취득 등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거북이농장이 흘린 6년의 땀방울이 대한민국 농촌에 새로운 청년 성공 신화의 밀알이 될 수 있을지, 득량만의 푸른 바람 속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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