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선거판에서 공직선거법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특히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후보자의 정치 생명을 단숨에 흔들 수 있는 치명적 사안이다. 그래서 고발 자체만으로도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박정주 국민의힘 홍성군수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결론은 단순한 무혐의 처분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경찰은 22일 박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및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은 사건의 핵심인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출발점은 박 후보 저서와 SNS에 기재된 비정규 학력 표기였다.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문제 삼아 지난 4월 경찰에 고발했고,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선거법 사건은 단순히 사실관계 일부가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핵심은 후보자가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선거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표했는지 여부다. 결국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고의성’이다.
경찰 수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선관위 판단과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저서 제작과 편집 경위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출판사 관계자와 디자이너들은 편집 과정상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박 후보 측이 제출한 외장하드 2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까지 실시했지만, 허위 학력 기재를 지시하거나 인지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선거법 사건에서 포렌식은 사실상 가장 강력한 수사 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통상 휴대전화와 이메일, 저장장치 등을 분석하고도 관련 지시나 인식 정황이 확인되지 않으면 고의 입증은 쉽지 않다. 경찰 역시 이번 사건에서 박 후보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학력을 기재했다고 볼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건은 선거법 적용의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선관위 고발의 적정성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선관위는 선거 공정성을 관리하는 기관이지만, 그 권한이 큰 만큼 고발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선거를 불과 수주 앞둔 시점의 고발은 사실상 후보자에게 정치적 낙인을 찍는 효과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사건이라면, 고발 단계에서 보다 면밀한 사실 확인과 법리 검토가 선행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조계 역시 허위사실 공표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도 단순 착오나 편집상 오류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선거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허위 기재가 있었느냐"보다 "누가, 왜, 어떤 의도로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정치적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 막판까지 박 후보를 따라다니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선거 구도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핵심 의혹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정리되면서 박 후보 측은 "정치적 흠집내기였다"는 프레임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상대 진영은 정책과 자질 검증 중심으로 공세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는 결국 유권자가 판단한다. 다만 이번 사건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거법은 후보자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법적 장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고발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의혹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다. 이번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그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확인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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