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중동전쟁에 국제유가와 환율이 치솟으면서 항공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이어 한국공항공사(KAC)에서도 항공사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를 유예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나섰다. 다만 한국공항공사도 공항이용료 납부를 유예하는 동안 2% 후반대의 이자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라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공항공사는 21일 국내외 항공사에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한국공항공사의 항공사 지원책은 지난달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내 12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항공업계의 고유가·고환율 위기 극복 방안 및 소비자 보호 대책 일환이다.
한국공항공사가 항공사에 전달한 공문에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및 환율급등으로 항공사의 자금부담 경감을 위해 다음과 같이 공항시설사용료 일부에 대한 징수유예를 한시적으로 시행하오니, 희망 항공사는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격요건에는 ‘한국공항공사에서 운영하는 공항을 운항하는 항공사 중 전년 동기 대비(5·6·7월) 항공편(국내·국제 포함) 수가 감소한 항공사’로 명시됐다. 또한 납부 유예를 해주는 비용은 △착륙료 △정류료 △조명료 세 가지다. 이는 국내·국제선 모두 포함이며, 적용 시기는 최대 3개월이다.
한국공항공사는 항공사들의 5월 공항시설 사용료를 6월 5일 고지하고, 6월 19일까지를 납부 기한으로 정하고 있다. 6월 공항시설 사용료는 원래 7월 19일까지, 7월 공항시설 사용료는 8월 19일까지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각각 3개월 후(9월 19일, 10월 19일, 11월 19일)로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이다.
납부 유예를 희망하는 항공사는 신청 여부를 매월 월 단위로 한국공항공사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 기한은 월별로 △6월 고지분 5월 29일 △7월 고지분 6월 30일 △8월 고지분 7월 31일이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월분을 9월에 내도록 납기만 연장됐을 뿐 2.89%에 이르는 납부 유예 이자가 일할로 계산돼 그대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도 ‘2.81%’ 이자가 적용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 똑같은 상황이다.
또한 한국공항공사가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를 적용하는 기간 연체료는 없지만, 5월 공항시설 사용료를 9월 19일 납부 기한까지 상환하지 못한다면 지연 이자는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지연 이자는 최대 8%대 수준까지로 알려졌다.
문제는 5월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기한이 9월 19일까지로 유예됐는데, 최장 3개월 납부 유예를 적용할 시 5월 공항시설 사용료 원금과 6∼8월 기간 이자, 그리고 8월 공항시설 사용료 원금을 한꺼번에 9월 19일에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시설 사용료를 유예해 주면서 이자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대출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이자가 없다면 가장 좋은 지원책이겠지만 한국공항공사도 본인들 마음대로 이자까지 유예하거나 이자를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국토부) 차원에서 직권으로 이자 면제 조치를 발표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기한을 유예하는 것”이라며 “다만 납기 일만 연기된 것이지 연체가 발생할 경우 연체 이자는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장관이 나서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2% 부족한 조치라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국토부 차원에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 이자를 면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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