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한글과컴퓨터가 자회사 이슈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본업인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인공지능(AI) 관련 매출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주력 사업의 무게중심을 AI로 옮기는 밸류업 체질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영증권 정원석 연구원이 21일 발표한 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컴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6361억원, 영업이익은 2% 늘어난 8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기존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연결 자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의 방산 사업 부문 매출 인식이 다음 분기로 이연되면서 전체 연결 실적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반면 한컴 자체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별도 기준 실적은 AI의 성장세를 명확히 입증했다. 1분기 별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4649억원, 영업이익은 3% 성장한 1763억원을 거뒀다. 특히 별도 매출에서 AI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0.04%에 불과했던 것에서 올해 1분기 4.8%로 대폭 확대됐다. AI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37.9%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AI를 제외한 기존 신사업 매출이 다소 주춤하면서 전체 별도 매출 성장률 자체는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다.
정원석 연구원은 한컴의 향후 실적 관전 포인트로 AI 및 신사업 매출의 확장 속도를 꼽았다. 한컴은 기존 온프레미스(구축형) 소프트웨어 제품의 경우 신규 버전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현상 유지·지원만 제공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AI 기반 제품에 상시 업데이트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이 최신 AI 기능을 계속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브 코딩 발달로 상용 소프트웨어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거시 환경 속에서, 기존 시장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AI 중심으로 빠르게 전면 전환하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한 생존 전략으로 평가된다.
실제 한컴은 지난 18일 전략 간담회를 개최하고 그동안의 AI 사업 성과와 미래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카드는 새롭게 공개한 '에이전틱 OS(Agentic OS)'다. 이는 단순한 문서 솔루션을 넘어 기업들이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적재적소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워크플로우 자동화 플랫폼(n8n)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개발 지식이 없는 비개발자 실무자도 쉽게 다룰 수 있으며, 한컴 임직원들이 이미 구축해 놓은 에이전트를 즉시 현업에 투입할 수 있어 빠른 현장 적용 가능성이 타사 플랫폼 대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재 한컴의 AI 실적은 구축형 AI 솔루션, 구독형 한컴독스AI, 그리고 API·SDK 등 모듈화 제품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공개된 에이전틱 OS는 내년부터 정식 출시되어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정부의 공공 IT 및 AI 예산 확대 기조에 힘입어 기존 3대 AI 제품군의 가파른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 신영증권은 2026년 연간 AI 및 신사업 부문 매출액이 전년 대비 37.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 연구원은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 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컴은 탄탄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구독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3만4000원을 유지했다. 이어 "AI 접목을 통한 소프트웨어 구독료 인상이 전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부터는 경쟁이 치열한 AI 에이전트 플랫폼 시장에서 에이전틱 OS가 얼마나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빠른 업무 적용 가능성과 문서 AI 학습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한글과컴퓨터(030520)는 오전 11시 전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70%(870원) 오른 1만9390원에 거래되며 장중 내내 견고한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자회사 이슈에 따른 단기 실적 둔화 우려보다 1분기 별도 매출에서 증명된 AI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성과 신사업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급격히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