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②] 지방소멸, 민심 ‘성장’보다 ‘생존’ 외치다

시사위크

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지방소멸 대응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지방선거가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인구 증가 중심의 성장 전략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병원·교통·돌봄·주거 같은 생활 기반 유지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전경. / 사진=김두완 기자
지방소멸 대응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지방선거가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인구 증가 중심의 성장 전략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병원·교통·돌봄·주거 같은 생활 기반 유지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전경.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지방이 원하는 미래는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한때 지방선거에서 핵심 공약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단지를 만들고 청년과 인구를 늘리는 것이 주요 어젠다였다. 지방소멸 대응 역시 지역 인구수를 늘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최근 지역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개발과 성장보다 병원, 교통, 주거, 돌봄 등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조건을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6·3 지선을 통해 바라본 지역별 정책 의제 흐름은 어떻게 지역을 유지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생활 기반 먼저, 주말 체류도 해법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흐름은 정주환경이다. 충남 청양과 서천, 전남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정주환경과 공동체 유지 문제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주환경이란 단순히 집을 짓는 개념이 아니다. 병원과 교통, 돌봄과 교육, 생활 편의시설처럼 지역 안에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의 전체를 의미한다. 지방소멸을 단순한 출산율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활 기반 전반이 약해지는 문제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충남 청양은 정주환경형 민심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사례다. 이 지역 의제는 단순한 인구 유입보다 삶의 질, 지역활력타운, 기반시설 조성, 생활서비스 제공처럼 농촌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둘러싸고 형성됐다.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위기의식이 생활 기반 유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 민심 역시 대규모 개발사업보다 의료·교통·돌봄 같은 생활 인프라 유지 쪽에 더 무게를 두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지방이 더 이상 단순 성장보다 ‘어떻게 유지하고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흐름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그래팩=이주희 기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지방이 더 이상 단순 성장보다 ‘어떻게 유지하고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흐름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그래팩=이주희 기자

이는 농산어촌 지역 전반에서도 나타난다. 지방소멸이 저출산이나 청년 유출 문제 등에 국한하지 않고 병원과 학교, 교통과 상권까지 함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실과 버스 노선 유지 여부가 지역 존립과 직결되는 양상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인구가 줄고 있다”는 추상적인 위기보다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불안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지역 생활 기반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는 현실도 분명하다. 병원과 교통, 돌봄 체계를 유지하더라도 일자리와 소비 기반이 함께 줄어들면 지역 활력을 되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에서 ‘생활인구’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도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 인구는 아니지만 지역을 오가고 머물며 소비와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까지 지역 인구로 보겠다는 개념이다. 관광객과 주말 체류자, 귀촌 준비층, 관계인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단순하게 주민 수를 늘리는 경쟁만으로는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전남 곡성과 충북 단양 등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이들 지역에서는 청년 유입과 정주환경 개선뿐 아니라 체류형 관광과 농촌 체험, 생활인구 확대 같은 의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완전히 정착하지 않더라도 자주 오고 머물며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 자체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재정 방향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부터 지방정부 재정(보통교부세)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생활인구 개념을 일부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민등록 인구만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을 오가고 머무는 사람까지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 감소 지역이라도 관광객과 체류인구가 늘면 교통과 환경, 생활서비스 유지 비용 역시 함께 늘어난다는 현실을 재정 기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방선거 공약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도권 집중 대응과 인구 증가를 목표로 청년 유입·기업 유치·산업단지 조성 등 성장 중심 정책이 핵심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인구 감소 현실화를 전제로 병원·학교·상가·교통 같은 지역 기반 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지방선거 공약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도권 집중 대응과 인구 증가를 목표로 청년 유입·기업 유치·산업단지 조성 등 성장 중심 정책이 핵심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인구 감소 현실화를 전제로 병원·학교·상가·교통 같은 지역 기반 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 방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대규모 시설 조성보다 체류형 생활인구 확대와 청년 정착, 지역 일자리 사업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방식만으로는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도시와 도시 연결… 생활권 재편

지방소멸이 행정구역 하나만의 문제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경남 거창과 합천, 함양 등 서부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광역 교통망과 생활권 연계, 공동 산업 전략 같은 의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개별 군 단위 지자체가 각자 기업을 유치하고 인구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해법이다.

특히 의료와 교통 분야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대학병원과 산업, 소비 기반이 이미 인근 도시와 연결돼 움직이고 있는 만큼 생활권 자체를 묶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소멸이 특정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를 넘어 지역 간 생활권과 산업·교통 연결망 자체가 약해지는 문제로 번지면서 이를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방소멸이 더 이상 농산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눈에 띈다. 부산에서는 최근 지역균형과 주거, 원도심 재편 문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어떤 지역은 계속 성장하고 어떤 지역은 빠르게 쇠퇴하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원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 유출과 고령화, 빈집 증가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과 안전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생활권 유지와 주거 기능 회복 자체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방소멸이 더 이상 농산어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도시 내부 구조 변화와도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민심이 과거의 성장 경쟁보다 의료·교통·돌봄 등 생활 기반 유지와 지속 가능한 지역 구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의 미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도시 구조를 결정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은 경기도 가평군 산촌 마을 입구 전경. / 사진=김두완 기자
지역 민심이 과거의 성장 경쟁보다 의료·교통·돌봄 등 생활 기반 유지와 지속 가능한 지역 구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의 미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도시 구조를 결정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은 경기도 가평군 산촌 마을 입구 전경. / 사진=김두완 기자

최근 지방 민심의 방향은 하나다. 성장보다 유지다. 어떤 지역은 정주환경을 이야기했고, 어떤 지역은 생활인구를 꺼내 들었으며, 어떤 지역은 공동 대응 체계를 찾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대규모 개발사업 하나로 지방소멸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지역별 민심 역시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역을 유지하고 살아남을 것인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심 변화가 곧바로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번 제9회 지방선거 공약에서 상당수는 산업단지와 기업 유치, 대규모 개발사업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활 인프라 유지나 의료 접근성, 생활권 재편 같은 문제는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흐름은 분명하다. 지방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지방소멸 대응이 “얼마나 더 많은 인구를 유치할 것인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생활권 유지와 정주환경, 생활인구와 광역 연계처럼 지역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도시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지역은 생활 기반 복원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어떤 지역은 체류형 생활인구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또 다른 지역은 광역 생활권과 공동 대응 체계를 통해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지방소멸이 인구 문제가 아니라 도시와 지역의 기능 재편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그런 변화가 처음으로 지역 민심 전반에 드러난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지방이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더 큰 성장만이 아니다. 지금의 도시와 지역을 어떻게 유지하고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지방소멸의 방향이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 도시 구조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도파민②] 지방소멸, 민심 ‘성장’보다 ‘생존’ 외치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