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③] 청년 떠나는 광주에 켜진 ‘소멸 경고등’

시사위크

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청년 순이동률은 –2.2%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사진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바라본 광주 전경 / 광주=김윤혁 기자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청년 순이동률은 –2.2%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사진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바라본 광주 전경 / 광주=김윤혁 기자

시사위크|광주=김윤혁 기자  ‘청년정책 추진실적 우수 지자체.’ 광주광역시가 매년 빼놓지 않고 자랑하는 성적표다. 하지만 화려한 트로피 뒤에서 광주 청년들은 조용히 짐을 싸고 있다. 청년 정책은 우수한데, 청년 유출은 ‘역대 최고’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아이러니. 광주 청년들의 ‘탈(脫)광주’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도시를 ‘소멸’로 이끄는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 다가오는 소멸의 그림자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청년정책 추진실적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우수 지자체는 매년 국무조정실이 청년정책 추진성과·청년 삶 개선도·청년과의 소통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표한다. 광주는 이 조사에서 무려 4년 연속 ‘우수 지자체’에 이름을 올리며 ‘청년정책 우수 도시’라는 영예를 안아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광주의 청년 유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모순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통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청년 순이동률은 –2.2%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광주는 2023년(-1.7%)과 2024년(-1.6%)에도 최하위권에 머물렀으며, 최근 10년간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청년들의 ‘탈광주’로 인한 지방 소멸의 그림자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광주의 인구는 2014년 147만5,88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다. 지난해에는 139만2,013명으로 내려앉으며 ‘140만’선마저 무너졌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광주의 인구는 계속 감소해 2050년 120만명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광주의 인구는 2014년 147만5,88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39만2,013명으로 내려앉으며 ‘140만’선마저 무너졌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광주의 인구는 2014년 147만5,88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39만2,013명으로 내려앉으며 ‘140만’선마저 무너졌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7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급증하는 반면, 60대 이하 인구는 전 연령대에서 감소하는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청년이 떠날수록 남은 청년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양 부담은 커지고, 그 부담은 다시 청년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암울한 미래 지표에 청년들의 정주 의사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사회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 이후 정주 의사’를 묻는 질문에 10대(15~19세)의 25.1%, 20대(20~29세)의 17.4%가 부정적 취지로 답했다. 청년 세대의 낮은 정주 의사는 광주가 지역 청년들에게 더 이상 ‘머물고 싶은 도시’가 아님을 방증한다.

◇ “일자리만 있으면”… 남고 싶지만 갈 곳 없는 청년

청년의 이탈은 단순히 인구수만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에 있어 청년은 생산과 소비를 이끄는 주체이자 미래의 성장 동력이다. 이러한 청년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역의 엔진이 멈춰가고 있다는 ‘지방 소멸’의 신호탄과 같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광주를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2024년 광주시가 실시한 ‘청년을 위한 정책’ 조사에 따르면, ‘기업유치 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확대’가 20대(29.0%)와 30대(31.4%)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주거환경 안정을 위한 경제 관련 정책’과 ‘지역 특성 교육과 연계한 취·창업 프로그램 강화’ 순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청년 세대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가 공감하는 바다. 전 세대 평균에서도 ‘일자리 창출 확대’를 원하는 응답은 31.1%로 가장 높았다. 결국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핵심 과제는 지역 산업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확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2024년 광주시가 실시한 ‘청년을 위한 정책’ 조사에 따르면, ‘기업유치 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확대’가 20대(29.0%)와 30대(31.4%)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2024년 광주시가 실시한 ‘청년을 위한 정책’ 조사에 따르면, ‘기업유치 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확대’가 20대(29.0%)와 30대(31.4%)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그럼에도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광주 청년들이 느끼는 ‘지역 일자리 충분도’ 조사 결과, 20대에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답변은 49.6%로 사실상 절반에 달했다. 30대 역시 44.%가 일자리 부족을 호소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을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청년고용률(15~29세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7.2%에 머물렀다. 광주는 지난 5년간 37~38% 선을 맴돌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광주 청년들은 지역에 남아 불안정한 고용을 감수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선택지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광주 청년들은 일자리만 있다면 지역에 남고 싶어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24년 ‘광주광역시사회조사’에 따르면 ‘취업·창업을 원하는 지역’으로 모든 청년 연령대에서 ‘광주 내’를 ‘광주 외’보다 높게 꼽았다. 그 이유로는 ‘현재 거주지 근처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70% 안팎으로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광주 외’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국 ‘일자리 부족’이었다. 10대(58.9%)와 20대(29.6%)는 '전공 및 적성에 맞는 일자리가 광주에 부족해서'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희망하는 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광주에 없어서’, ‘광주의 조건이 더 좋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결국 지금 광주에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다. 당장 선거철 표심을 잡기 위한 현금성 지원과 선심성 복지 등 ‘보여주기식 청년정책’으로는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없다. 4년 연속 ‘청년정책 우수 지자체’로 꼽히고도 청년 유출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광주의 현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행히 기회는 남아있다. 다가오는 6·3지방선거는 조용하게 진행 중인 청년들의 ‘탈광주’를 막아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지역 소멸과 청년 유출이라는 현실 속에서, 과연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떤 해법과 공약을 내놓고 있는지 다음 편([도파민④] ‘청년’은 왜 떠났나… 공약으로 본 지방선거의 민낯)에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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