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전북 군산시는 2018년 한국지엠(GM) 공장 폐쇄를 기점으로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대형 공장의 폐쇄가 지역 일자리 붕괴로 이어지며 군산을 ‘사라지는 도시’로 만든 것이다. 위기 속 군산을 살릴 마지막 희망으로 ‘새만금 개발 사업’이 꼽힌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군산과 부안을 잇는 33.9km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해 경제·사업·관광이 발전한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새만금은 전북지사 선거와 총선 시기만 되면 언제나 화두에 오르며, 후보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새만금’을 단골 소재로 삼고 있다.
◇ 선거 때만 반짝이는 ‘새만금 공약’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관영 전북지사는 당시 대기업 유치와 지역 개발을 위해 ‘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 추진을 전면에 내걸었다. GM 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등으로 침체됐던 군산 민심을 잡기 위해 △대기업 계열사 유치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그린수소 산업 육성과 그린뉴딜 선도 △새만금 SK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조속 추진 등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 역시 새만금을 앞세워 전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후보는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대통령 직속 새만금 특별위원회 설치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앞서 제6·7회 지사를 지낸 송하진 전 지사와 제7회 권태홍 정의당 전북지사 후보 등 역시 한목소리로 새만금의 신속한 고속 개발을 강조해 왔다.
실제, 무려 20년 전인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후보로 나선 김완주 열린우리당 전 전북지사가 내걸었던 공약도 ‘새만금 특별법 추진 및 중구 특구화’였다. 20년이 지난 세월 동안 새만금이 여전히 ‘단골 공약’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사이 GM 공장 폐쇄 및 명신 공장 위기 등 군산의 고용 여건은 악화됐다. 이제는 말뿐인 선거용 공약을 넘어 인구 유출을 막을 실질적인 성과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러한 개발 지연에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군산 거리에서 만난 한 남성은 “공장 폐쇄 이후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역 개발해서 다시 살려보겠다고 하는데 매번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항이나 새만금 공약 역시 매번 똑같다”며 “달라지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땅만 계속 넓히며 수치를 내세우지 말고, 지금 있는 땅을 잘 관리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기업도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6·3 재보궐선거에서 김의겸 전 새만금개발청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에 출마하면서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박지원 민주당 후보(군산·김제·부안을)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새만금 개발을 강조하며 “김의겸 후보가 새만금개발청장을 하다가 (후보로) 나왔다”며 김의겸 후보를 “새만금 개발의 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새만금 개발을 방치해왔지만 일 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전북이 합심해서 새만금을 잘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의겸의 등판이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개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71세 남성 안씨는 “선거 때만 되면 새만금 이슈가 반짝 떠올랐다가 선거가 끝나면 가라앉아 버리기 일쑤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다만 이번에는 김의겸 후보가 출마하는 만큼 새만금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비쳤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김의겸 후보가 새만금개발청장 취임 8개월 만에 사퇴하고 선거에 출마하는 점을 두고 사실상 청장으로서 이뤄놓은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새만금 상황이 윤석열 정부와 달라진 것이 크게 없다. 시민단체인 우리에게 상황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특히 이 대표는 새만금 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크게 지적했는데, 윤 정부 때 임명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위원장직을 유지하는 등 시민사회가 그간 해온 싸움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김의겸 후보의 국회의원 출마가 새만금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기대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북에서 중요한 새만금청장으로 임명받은 지 1년도 안 돼서 자리를 포기했다. 기본 계획도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향후 2년 뒤 선거에서 차라리 평가받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는 민주당만이 새만금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이면 시즌2에 그친다. 김의겸 후보가 새만금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다만 국회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김의겸 후보가) 새만금에 애정과 열정이 있다면 차라리 청장을 하며 보여주는 편이 나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북지사 선거에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현 전북지사 역시 출마했다. 본지의 ‘선거철에만 나오는 새만금 공약에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질문에 김 지사 측 관계자가 보내온 입장에 따르면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 협약은 전북의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새만금을 RE100 산단 지정과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대전환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밝혔다.
다만 앞선 지사들과 의원들의 아쉬운 행보에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도민은 더 속지 않는다. 새만금 희망고문 시즌2가 되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새만금 꿀단지 망상을 깨고 지속 가능한 혁신 대안을 제시하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대안으로 △새만금호 수질 개선과 생태 복원을 위해 해수 유통 상시화 △조력발전의 경제성과 환경성 확보를 위한 관리 수위 상향 △무분별한 매립 대신 매립 면적을 최소화 △ 완성형 개발에 예산 집중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새만금 영농형 태양광 도입 △서남권 해상풍력 연계한 5GW 재생에너지로 현대차에 필요한 전기와 새만금 내 RE100 산단 조성 △농생명용지 3공구와 7공구의 산업단지 전환 타당성을 엄격히 검증 등 현실적인 대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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