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군산=김소은 기자 한국의 인구 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전북 군산시 역시 인구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방 도시의 침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군산 소멸을 가속화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대규모 공장들의 폐쇄와 자동차·조선 산업의 붕괴가 지목된다.
◇ GM이 떠나간 자리… 막 내린 군산의 황금기
1997년 군산 국가산업단지에 한국지엠(GM) 공장이 들어서며 군산 지역 상권을 먹여 살렸고, 이와 함께 군산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문제는 2017년 군산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것에 이어 2018년 군산의 심장이었던 GM 공장이 전격 폐쇄되면서 발생했다. 단숨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며 군산의 황금기는 막을 내렸다.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반기별 실업률’을 분석한 결과, 군산의 실업률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평균 1.28%를 유지했다. 그러나 GM 공장이 폐쇄 직전인 2017년 12월에는 2.5%로 약 두 배 뛰었고 폐쇄 당해인 2018년에는 평균 3.65%까지 치솟았다.
GM 공장 폐쇄에 따른 고용 위기 속 2019년 ‘MS그룹(명신)’이 해당 공장을 인수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부상했다. 명신은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바이톤’의 위탁 생산을 추진하고자 했고 이에 따라 군산 자동차 산업의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2020년 ‘바이톤’이 자금난으로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이에 명신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으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물량과 판매량이 이전에 미치지 못해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명신 공장은 2024년 완성차 사업을 중단하고 부품 사업 확대로 전환하며 군산의 고용 위기는 한층 더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 잡초만 무성한 명신 공장
직접 찾아간 군산 명신 공장 앞은 궂은 날씨만큼 적막한 기류가 감돌았다. 과거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문에서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고 평일 오후 1시 산업단지 주변에는 인근 공장 근무자로 보이는 이들만 드물게 만날 수 있었다. 30분간 근처 거리를 걸었지만 길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소수의 근무자 외 행인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인근 공장 물품을 나르는 트럭들만 간간이 도로를 지나갈 뿐이었다.
이처럼 경제의 심장이 멈추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군산의 인구는 대규모로 유출됐다. 일거리가 급감하자 수많은 시민이 인근 충남 서천군 등으로 거처를 옮겼고, 조선업 숙련 노동자들은 경남 거제도까지 넘어가는 등 인구 유출이 전방위로 확산됐다.
일자리 붕괴로 인한 인구 유출은 통계로 증명됐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행정동별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GM 공장이 폐쇄되기 전인 2017년 군산시 인구는 27만4,997명이었고 폐쇄 당해인 2018년에는 27만2,645명으로 27만명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그러나 공장 폐쇄 이후 일자리 감소 여파가 본격화되자 감소세에 속도가 붙었고 △2023년 25만9,980명 △2024년 25만8,047명 △2025년 25만6,291명 등 결국 26만명 선까지 무너졌다. 7년 만에 약 2만명의 인구가 유출된 셈이다.
연령별 인구 현황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행안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인구 추이를 분석한 결과 청년층 중심의 인구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0~49세의 평균 인구 수는 2018년 32,572명에서 2025년 2만5,422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고, 60대 이상은 2018년 1만3,118명에서 1만6,708명으로 증가하는 등 고령화 인구가 군산을 채우고 있었다. 다만 50대는 꾸준히 약 4만3,000명에서 4만5,000명 사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떠나간 이들의 빈자리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군산에서 오랜 기간 택시를 운전해 온 72세 남성 김정수 씨는 “확실히 공단이 문을 닫고 없어지는 바람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특히 젊은 대학생들도 졸업해도 직장이 없으니 죄다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군산 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 역시 “(GM) 공장 나가고 사람들이 다 없어졌다”며 “산단이 무너졌는데 (사람들이) 지역에 왜 있겠냐”고 토로했다.
공장 하나의 폐쇄가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로 돌아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위기 대응책으로 ‘새만금 개발 사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꼽힌다. 이에 다음 편([도파민⑥] ‘새만금’에 건 마지막 희망)에서는 ‘새만금 개발 사업’과 관련된 역대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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