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④] ‘청년’은 왜 떠났나… 공약으로 본 지방선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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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17개 시·도지사의 ‘1호 공약’을 분석한 결과, ‘청년’을 전면에 내세운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뉴시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17개 시·도지사의 ‘1호 공약’을 분석한 결과, ‘청년’을 전면에 내세운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청년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익숙한 구호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청년 대변인’을 자처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화려한 구호 뒤에 남은 현실은 늘 같았다. 결과는 반복되는 ‘청년 유출’이었다.

◇ 8회 지선 당선인 ‘1호 공약’ 살펴보니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17개 시·도지사의 ‘1호 공약’을 분석한 결과, ‘청년’을 전면에 내세운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당선인들의 1순위 과제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시선은 청년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광주(생애주기별 돌봄보장제)와 서울(안심소득 도입) 등은 ‘복지’를, 인천(원도심 혁신)과 울산(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은 ‘개발’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북(대기업 유치 추진)이나 제주(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를 전면에 내건 지역도 있었지만, 이 역시 청년 세대를 겨냥했다기보단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거대 담론 형태의 공약에 가까웠다.

이러한 공약의 방향성은 실제 청년들의 이동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는 청년 순이동률 최저치(-2.2%)를 기록했다. 그 이유로는 청년층을 겨냥한 실질적 정책이 부족했던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단발성 공약 경쟁을 넘어, 청년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뉴시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단발성 공약 경쟁을 넘어, 청년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뉴시스

당시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시장 후보의 5대 공약은 △생애주기별 5대 온종일 돌봄보장제 추진 △가사·농민·참여수당 등 3대 공익가치수당 도입 △스포츠건강 도시 추진 △문화예술프로그램 및 예술인 지원 강화 △정의로운 기후행동을 통한 탄소중립 건강도시 조성 등이었다. 전반적으로 ‘복지성 사업’에 무게가 실리면서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자리’나 ‘주거’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던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청년 순이동률 1위(1.6%)를 차지하며 청년 인구를 끌어모은 인천은 공약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 국민의힘 유정복 시장 후보는 청년 창업, 청년 주택 공급, 청년 CEO 10만 창업 등 실생활과 맞닿은 구체적 경제·보육 공약을 제시했다. 직관적인 ‘일자리 창출’과 ‘주거 안정’ 메시지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소구력을 발휘했고, 그들의 요구와 맞물리며 청년 유입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공약의 디테일이 지역의 청년 유출·유입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 6·3지방선거 청년 공약 키워드는

그렇다면 14일 앞으로 다가온 6·3지방선거에서는 어떤 청년 공약이 나오고 있을까.

최근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진행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 1순위는 ‘일자리·기업 유치’였다. 이러한 경향은 광주·전남·전북(66.6%), 부산·울산·경남(59.6%), 대전·충남·충북·세종(53.3%) 등 지방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맞춰 여야와 각 지방 후보들도 일자리를 중심으로 청년층을 겨냥할 수 있는 맞춤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들의 생활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청년 밀착 지원’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주요 공약 사업으로는 △청년의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지방정부와 지방 공기업·교육기관 면접 때 수당 제공 의무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확대를 통한 청년 맞춤형 주택 제공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사다리 복원’을 핵심 기조로 청년 자립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 맞춤 주택 공급 △청년월세지원 상향 △청년 공공임대 쿼터제 의무화 △청년 평생 절세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청년의 삶과 맞닿은 지역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희망찬 ‘지역의 미래’도 열릴 것이다. / 뉴시스
청년의 삶과 맞닿은 지역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희망찬 ‘지역의 미래’도 열릴 것이다. / 뉴시스

지역 소멸 위기를 정면으로 체감하는 지방 후보들의 공약은 보다 구체적이다. 일례로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는 경산 지역 12개 대학 졸업생 중 약 70%가 타지로 유출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청년취·창업특화밸리’를 조성하고,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한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여야 모두 청년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단발성·선심성 공약 경쟁을 넘어, 선거 이후 청년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장 직속 부서로 ‘청년전담국’을 설치하고, 정책 기획부터 예산 합의, 청년 의견 수렴 등 정책 수행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같은당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1호 청년 공약’으로 청년이 직접 정책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청년결정정부’ 구상을 제시했다. 나아가 청년이 추천한 인사를 청년정책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6·3지방선거가 이제 정확히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만큼은 후보들의 청년 공약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쳤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청년의 삶과 맞닿은 지역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희망찬 ‘지역의 미래’도 열릴 것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에스티아이(한겨레·한국정당학회 의뢰)가 지난 6~10일, 4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유권자 2,02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조사 방식은 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을 활용해 피조사자를 선정, 모바일 웹조사(99.3%)와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무선 0.6%, 유선 0.1%)를 병행해 진행한 조사 결과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4%포인트다. 응답률은 88.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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