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매일 아침 수억 명이 뉴스를 읽는다. 그런데 그 뉴스를 고른 것이 사람인지, 알고리즘인지를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스 앱을 열면 화면이 채워진다. 무엇이 먼저 보이는지, 무엇이 끝내 보이지 않는지는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무한에 가까운 속도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지금, 편집자의 판단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의 문제다. 무엇이 중요한 뉴스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판단이 조용히 수치로 대체되고 있다. 클릭이 많으면 중요한 뉴스가 되고, 클릭이 적으면 사라지는 뉴스가 된다. 편집의 기준이 가치에서 반응으로 바뀌는 순간, 저널리즘의 구조가 바뀐다.
알고리즘은 중립적이기 힘들다
하스투티 하스투티(Hastuti Hastuti) 등 연구팀이 2025년 10월 발표한 논문 「알고리즘의 영향력과 미디어 정당성: 소셜 미디어가 뉴스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체계적 리뷰(Algorithmic influence and media legitimacy: a systematic review of social media's impact on news production)」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의 관련 연구 78편을 종합한다.
결론은 불편하다. 알고리즘은 중립적 중개자가 아니다. 알고리즘은 참여도(engagement) 최적화에 따라 뉴스의 가시성과 정당성을 재편하는 사회기술적 행위자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알고리즘적 게이트키핑(algorithmic gatekeeping)'이다. 전통적 게이트키핑이 전문적 판단에 따라 무엇이 뉴스가 될지를 결정했다면, 알고리즘적 게이트키핑은 참여도 신호를 기준으로 콘텐츠의 순위를 매긴다. 무엇이 중요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더 많은 반응(클릭, 공유, 댓글 등)을 얻는가 — 즉 '공유 가치(shareworthiness)'가 뉴스의 질서를 결정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구조가 저널리즘 내부로 내면화된다는 점이다. 이 논문이 리뷰한 현장 연구들을 보면, 편집국 안에서 '지표 확인(metric confirmation)' 작업과 '저널리즘적 발견(journalistic discovery)' 작업이 분리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전자는 반응이 예상되는 기사를 빠르게 생산하는 저비용·고효율 노동이고, 후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의미 있는 저널리즘 작업이다.
플랫폼 중심의 수익화 구조가 이 분리를 가속한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보면, 생성형 AI가 전자의 콘텐츠 생산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수록 편집국이 후자에 투자할 유인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응이 편집을 밀어낸다.
탐사 저널리즘은 왜 사라지는가
이 압력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탐사 저널리즘의 위기다. 안사르 수헤르만(Ansar Suherman)이 2025년 7월 발표한 논문 「알고리즘의 함정: 소셜 미디어 수익화가 지역 미디어의 탐사 저널리즘을 어떻게 잠식하는가(The algorithmic trap: how social media monetization undermines investigative journalism in local media)」는 인도네시아 지역 미디어 사례를 분석하며 플랫폼 논리가 편집 독립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를 다룬다. 인도네시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출발한 연구지만, 논문이 포착한 구조는 플랫폼 자본주의 아래 놓인 지역 미디어 전반에 적용되는 문제다.
이 논문이 묘사하는 것은 경제적·정치적 차원이 겹쳐진 이중 위기(layered structural crisis)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참여도를 기준으로 한 알고리즘 수익화 구조 안에서 탐사 보도처럼 시간과 자원이 많이 드는 저널리즘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편집 독립성을 지키려 할수록 플랫폼 가시성이 낮아져 독자에게 닿지 못하는 모순이 생긴다. 두 압력은 서로를 강화하며 탐사 저널리즘의 공간을 좁혀간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논문이 인용한 인도네시아독립언론인연합(AJI, Aliansi Jurnalis Independen)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 지역 미디어의 70%가 탐사 보도 부문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탐사 저널리즘이 사라지는 것은 저널리스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반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구조가 그것을 지워낸다.
반응과 편집 사이
두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플랫폼 중심의 알고리즘 구조는 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대신 편집의 판단을 밀어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구조적으로 진행된다.
알고리즘이 올린 신호에 반응하는 편집자가 있다. AI가 생산한 콘텐츠를 다듬고, 수치가 높은 주제를 빠르게 발행한다. 반면 다른 질문을 먼저 하는 편집자가 있다. 무엇이 지금 독자에게 필요한가. 그 질문은 알고리즘 대시보드에 표시되지 않는다. 클릭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질문이 없는 미디어는 결국 독자를 잃는다.
편집의 주권을 쥔 자
AI가 만들어낸 트렌드 수치가 편집 회의의 첫 자료로 올라오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수치가 방향을 제시하고, 편집자는 그것을 따른다.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왜 이 뉴스인가'라는 질문은 서서히 뒤로 밀린다.
편집은 원래 불편한 행위다. 독자가 원하는 것과 독자에게 필요한 것이 다를 때, 그 긴장을 감수하고 후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AI는 그 긴장을 없애준다. 최적화된 수치가 답을 먼저 내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편안함 속에서 편집의 감각은 조금씩 무뎌진다. 마취는 고통을 없애지만, 감각도 함께 데려간다.
수치는 소비되지만, 질문은 축적된다. 알고리즘이 올린 신호에 즉각 반응하는 편집자는 오늘의 뉴스를 빠르게 채운다. 그러나 채워진 화면이 독자에게 무엇을 남기는지는 묻지 않는다. 반응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판단만이 축적된다.

AI가 콘텐츠를 무한히 생산하고 알고리즘이 편집장 행세를 하는 세계에서, 편집의 주권을 스스로 쥔 사람만이 기술을 진짜 도구로 쓴다. 반응은 빠르다. 편집은 느리다. 그러나 저널리즘이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판단이다. 텍스터는 알고리즘이 올린 신호에 반응한다. 컨텍스터는 그 신호가 담지 못한 질문을 먼저 설계한다. 그 차이가 오늘의 편집자를 가르는 기준이다.
최홍규 EBS 연구위원 / 미디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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