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영화 ‘호프’는 예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밀어붙인다. 한국의 시골 마을이라는 익숙한 공간 위에 크리처와 액션, 블록버스터 규모의 압도감을 덧입히며 독특한 장르적 감각을 만들어낸다.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의외의 유머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나홍진 감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신작으로, 17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한국의 작은 시골 마을 특유의 공간감과 정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낡은 가게와 좁은 골목,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호포항의 풍경 위로 거대한 크리처와 블록버스터 규모의 액션을 겹쳐놓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만든다. 분명 익숙한 풍경인데도 묘하게 이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카체이싱과 총격전, 추격 액션은 강한 시각적 쾌감을 안긴다. 여기에 빠른 호흡으로 밀어붙이는 전개 속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은 영화의 리듬을 조율하며 긴장감에 완급을 만든다. 특히 반가운 카메오가 등장해 괴물 목격담을 늘어놓는 장면은 가장 큰 웃음을 만들어내며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한 배우들은 혼란에 휩싸인 호포항 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가며 영화가 가진 독특한 질감을 더욱 짙게 만든다. 여기에 테일러 러셀·카메론 브리튼·알리시아 비칸데르부터 작은 배역의 배우들까지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다만 모든 이야기를 명확하게 설명하며 마무리되는 방식은 아니다. 일부 설정과 전개는 보는 이에 따라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말 역시 모든 사건을 정리하기보다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듯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호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와 장르적 감각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여름 개봉 예정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