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대서양 크루즈선 감염 사례로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해외 여행지에서 설치류 접촉을 피하는 기본 수칙이 강조되고 있다.
본래 ‘한타바이러스’는 1976년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유역에서 발견했다. 이름의 유래이기도 하다. 설치류를 매개로 하며 주요 증상은 발열·두통·근육통·복통·오심·오한이다.
16일 질병관리청 따르면 이번 사례는 현재까지 코로나19처럼 대규모로 번지는 전세계적인 호흡기 감염병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 관련 확진·의심 감염 사례가 11건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확진자 9명에게서 안데스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MV 혼디우스호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등 120여명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서 하선한 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각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한타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마지막 노출일로부터 6주간 격리하고, 고위험 접촉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대규모 유행의 시작이라고 볼 만한 징후는 없다”면서도 “긴 잠복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몇 주간 추가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타바이러스를 WHO와 국내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한 이유는 사람 간 전염되는 ‘안데바이러스’ 때문이다.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사람 간 전파가 드물지만, 안데스바이러스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WHO가 접촉자 모니터링을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여러 한타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탄바이러스, 서울바이러스 등이 주로 신증후군출혈열을 일으킨다. 반면 남미 지역 안데스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과 관련이 있다.
잠복기는 보통 1~2주이며 최대 6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두통,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호흡곤란, 폐부종, 심장기능 저하 등으로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의 치명률은 20~35%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승인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은 없어 치료는 증상 완화와 장기 기능 보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산소치료와 중환자 치료 등 조기 보조치료가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질병관리청은 국내 유입 위험도는 낮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도 보고된 바 없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다는 설명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여행지에서 설치류와 접촉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미 지역 여행자는 설치류와 접촉을 피하고, 쥐 배설물 등이 있을 수 있는 폐쇄된 공간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귀국 후 발열, 호흡곤란, 메스꺼움,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 여행력을 알려야 한다.
정희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장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초기에는 감기와 유사해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사람 간 전파가 제한적인 만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제 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는 해외 감염병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설치류가 많이 서식하는 숲, 들판, 농장 등에서 활동한 뒤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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