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5위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것도 정규리그 1위 창원 LG 세이커스를 꺾고 만들어낸 결과다. 코트 위 성적만 보면 이변이다. 그러나 결승에 오른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를 단순한 ‘하위 시드의 반란’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불과 2년 전 ‘데이원 사태’로 존재 자체가 흔들렸던 구단의 연장선에서 보면 경기력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기업과 스포츠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고, 그 시너지가 어떤 가치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 수익보다 투자, ‘브랜드 가치’ 제고 이어지나
고양 프로농구의 출발점은 2011년이다. 프로농구 초창기 파란을 일으켰던 대구 동양 오리온스가 그해 연고지를 고양으로 옮기면서다. 대구 시절 동양 오리온스는 전희철·김병철 그리고 ‘매직핸드’ 김승현을 앞세워 리그 흥행을 이끈 팀이었다. 다만 고양에서의 서사는 다른 얼굴들로 다시 쓰였다. 문태종, 애런 헤인즈, 이승현 등이 중심이 된 고양 오리온은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새 연고지에서도 우승 기억을 남겼다.
그러나 이 흐름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2021-2022시즌 종료 후 데이원스포츠가 구단을 인수하며 팀은 고양 캐롯 점퍼스로 재출범했다. 연고지는 유지됐지만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네이밍 스폰서 중심 구조, 공격적인 외형 확장, 단기간 성과를 노린 투자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자금 조달 문제와 선수단 임금 체불이 겹치면서 2023년 이른바 ‘데이원 사태’가 터졌고, 구단은 KBL리그에서 제명됐다. 고양 농구는 다시 한번 존속의 기로에 섰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주식회사 소노인터내셔널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기존 선수단을 승계해 팀을 이어갔다. 다만 단순한 인수와는 결이 달랐다. 전력을 한 번에 끌어올리기보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자보다는 운영 방식을 정비하는 선택을 했다.
이 때문에 코트 위에서 드러난 결과는 명확했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다. 2025-2026시즌 정규리그 MVP 이정현을 중심으로 한 외곽 득점에 벤치 자원까지 고르게 가세하면서 팀 전체 공격 흐름이 살아났다. 전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경기 운영의 안정감을 유지한 점이 성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전력분석가 출신 손창환 감독의 준비 중심 운영이 더해지며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 같은 결과는 기업의 안정적인 지원과 맞물린 산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기업의 접근 방식이 드러난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별도 법인이 아니라 소노인터내셔널이 직접 운영한다. 구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회사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농구단 자체로 수익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 즉, 농구단은 독립적인 수익사업이라기보다 기업이 비용을 투입하는 영역에 가깝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9,688억원, 영업이익 2,482억원을 기록하며 본업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리조트와 골프장 등 레저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기순손익은 301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기타비용과 금융비용, 법인세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즉 외형과 영업력은 유지됐지만, 수익성은 다소 흔들린 모습이다. 비용 구조가 함께 커진 결과다. 그럼에도 소노인터내셔널은 농구단에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기간 창원 원정 응원단의 교통비를 지원했고, 챔피언결정전 부산 원정에서도 항공권과 버스 이동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단순한 이벤트로 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원정 응원이라는 높은 참여 장벽을 낮추면서 팬의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비용은 즉시 발생하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팬 충성도는 장기적으로 축적된다. 이는 소노인터내셔널의 사업 구조와도 연결된다. 소노는 리조트와 호텔, 골프장을 중심으로 한 레저 기업이다. 고객이 직접 방문해 경험하는 산업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는 곧 수요로 이어진다. 스포츠 구단은 이 기업에 단순 광고를 넘어선 접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장과 팬덤, 지역 기반은 잠재 고객과 연결되는 통로다.
선수 역시 같은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정현은 단순한 전력의 핵심을 넘어 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인물이다. 데이원 사태를 거쳐 팀을 지켜온 과정은 팬들의 감정과 연결됐고, 팀에 대한 헌신은 신뢰로 이어졌다. 이는 광고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자산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신뢰가 브랜드와 맞물리며 장기적인 가치로 축적된다.
결국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두 가지 결과를 남겼다. 하나는 코트 위 성과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과 스포츠가 맞물리며 만들어낸 변화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창단 1년 만에 폐업한 구단을 인수해 운영을 이어가는 결정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소노인터내셔널은 선수단과 팀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이는 성적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 팬 기반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무대는 승패를 넘어, 기업과 스포츠가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 위 성적과 별개로, 소노인터내셔널이 선택한 방식이 어떤 가치로 이어질지 역시 이번 시리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