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64)] 이제는 바뀌어야 할 보조 시스템

시사위크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보조 사업을 활용해 우리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보려고 한다. /청양=박우주
보조 사업을 활용해 우리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보려고 한다.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귀농한 뒤 필요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았다. 보조금을 못 받았다면 정착을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착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각종 농업 보조금은 농자재부터 농기계, 하우스까지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 이상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에도 우리는 몇 가지 보조금을 신청했다. 이렇게 보조금으로 큰 도움을 얻고 있지만, 한편으론 개선이 필요한 점도 보인다.

먼저,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태양광 발전기 설치 보조금을 신청했다. 사실 그동안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생각이 없었다. 미관상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고 좀 더 면밀히 살펴보니, 최근 친환경에너지가 강조되면서 장기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태양광주택 보급사업’ 보조금은 국가에서 최대 80%를 지원해준다. 보조금을 받으면 90만원 정도만 부담하고 주택 지붕이나 야외 등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한 달에 평균 6만원(여름엔 8만원, 다른 계절엔 5만원 정도)의 전기세를 내는데,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대략 3만원~5만원 정도 할인된다고 한다.

문제는 너무나 복잡한 절차다. 우선, 대기가 길다. 1년에 1번, 보통 3~4월에 공고가 나오는데, 평균적으로 1년, 길게는 3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면사무소에 가서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경우엔 최소 2년 이상 걸린다고 보면 된다.

또한 태양광 보조금은 단순히 지자체에 신청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설치 업체 1곳 당 8곳만 설치가 가능한데, 수요는 많다보니 업체와도 미리 이야기를 해 대기를 걸어두는 암묵적인 시스템이 있다. 나는 온라인으로 신청했고, 혹시 몰라 설치 업체 10곳 정도에 전화를 해봤는데 예약이 다 끝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충남지역 설치 업체 20곳에 신청서만 넣어뒀다. 

그런데 하루 뒤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본인 업체는 대기를 거는 방식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진행 과정도 설명해줬다. 업체에 신청서와 계약금을 넣고, 접수 기간에 맞춰 보조금을 신청하면 된다는 간단한 설명이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접수 날을 기다렸고, 접수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준비했다. 오산이었다. 로그인을 하고 신청을 하려는데 인터넷이 굉장히 느려지더니 대기자가 1만 명 이상이라는 안내가 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신청을 마치는데 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심지어 20분마다 자동 로그아웃 돼 그때마다 다시 로그인하느라 컴퓨터 앞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 신청을 마친 뒤 설치 업체에 전화해보니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시스템은 어르신들에겐 특히 더 어려운 방법이다. 설치 업체에서도 어르신들은 하기 어려우니 자녀들에게 부탁하라고 알려준다고 했다. 면사무소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지자체에서 구역을 정해 그해 많이 접수한 곳을 우선으로 해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기 설치 지원 사업 같은 경우 정말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인데 하루빨리 개선돼 시골부터 보급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하우스를 짓게 됐다. / 청양=박우주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하우스를 짓게 됐다. / 청양=박우주

두 번째는 공동구매다. 농업 분야엔 여러 단체들이 있다. 연구회, 모임, 법인 등 많은 인원들이 모이면 지자체에서 지원금도 나오고, 회장도 뽑게 된다. 그 중 내가 가입해있는 모임의 공동구매 지원에서 다소 의심스러운 대목을 발견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나는 농업 물품구매 지원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생각해왔다. 인터넷 최저가는 생각하면 안 되고, 오히려 최고가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싸게 사기 위해 지원을 받게 된다. 우리가 쓰는 농업용 가위는 싼 건 3,000원, 비싸도 2만원이다. 그런데 지원을 받으면 3만원을 부담해 농업용 가위 2개를 살 수 있다. 이때 보조금으로 나오는 게 7만원이다. 가위 2개에 10만원인데, 7만원이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거다. 

정말 좋은 가위일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가위 2개에 10만원이나 한다는 건 너무 심한 거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렇다면 중간에서 수익을 챙기는 업체나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들었다. 꺼림칙해져서 해당 지원은 신청하지 않았다. 농업 물품구매 보조 시 정확한 제품명 등을 알려주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많이 아쉽다.

마지막으로는 하우스 설치 지원이다. 우리는 귀농해서 빈집에서 살다 5년 전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면서 비닐하우스 세 동으로 농장을 시작했다. 다섯 동은 지을 수 있는 땅이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더 못 지었다. 그러다 작년에 네 동으로 늘었고 올해 마지막 한 동을 짓게 됐다.

하우스 설치 보조는 매년 초 면사무소를 통해 내려온다. 우리도 신청했으나 지난해 하우스를 지은 게 있어 탈락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했는데, 지난 3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하우스 설치 보조 공고를 보게 됐다. 농업기술센터는 위원단을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등 절차가 깐깐했고, 하우스가 없는 사람을 우선한다고 했다. 결국 10명 넘게 신청한 가운데 5명 안에 들지 못해 탈락했다.

그렇게 올해 하우스 짓는 건 정말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추가모집 공고가 떴고, 신청을 해서 받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았다. 정말 제대로 지원을 하려 한다면, 앞서 떨어진 사람 중 우선순위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는 군청이나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에 매일 들어가다 보니 추가모집 공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추가모집 자체를 몰라 신청하지 못했을 수 있다. 자칫하면 해당 기관 관계자와 가까운 사람만 추가모집 소식을 듣고 신청해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보다 공정하게 적재적소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모집이 필요할 땐 기존 신청자 중 우선순위를 정해 선정하는 등 절차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시골에는 각종 지원사업이 정말 많다. 그만큼 보조를 해줘도 농업을 하려는 사람이나 시골에 살려고 하는 사람은 적다. 보조 덕분에 귀농해서 안정적으로 정착한 나는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돼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다. 앞으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조가 돌아가려면 지금보다 더 공정하고 체계적인 보조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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