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아닌 집단”… ‘군체’, 좀비 장르의 다음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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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체’가 새로운 좀비의 탄생을 예고한다. / 쇼박스
영화 ‘군체’가 새로운 좀비의 탄생을 예고한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 속 좀비는 더 이상 ‘개별 괴물’이 아니다. 하나로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며 진화하는 존재다. 이 설정은 신작 ‘군체’에서 본격적으로 확장된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 ‘부산행’부터 ‘얼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여 온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감염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으로 움직인다는 설정으로 좀비를 개체가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재정의한다. 공개된 스틸은 이러한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힌 채 서로 연결된 듯한 자세를 취하는 감염자들, 기괴한 형태로 뭉쳐 한 방향을 응시하는 군집은 기존 좀비가 지녔던 본능적 폭력성과는 결이 다른 위압감을 만든다. 개별 존재의 위협이 아니라 하나의 의지를 가진 집단이 공간을 잠식해 들어오는 공포로 작동한다.

이 같은 설정은 연상호 감독이 그간 구축해 온 세계관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부산행’이 감염 사태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지옥’은 집단적 신념과 사회 시스템을 파고들었다. ‘군체’는 그 흐름을 한 단계 더 밀어붙여 ‘집단성’ 자체를 생물학적 형태로 구현한다. 인간 사회를 비추던 집단의 개념이 이제는 물리적인 공포로 구체화된 셈이다.

특히 ‘군체’에서 공포를 구축하는 방식은 시각적 충격보다 ‘움직임’이다. 감염자들은 네 발로 기다가 두 발로 일어서고 서로를 밟고 올라서며 하나의 구조물을 형성한다. 군무처럼 설계된 이들의 동작은 개별 캐릭터가 아닌 유기적인 덩어리로 작동하며 장르적 체험을 한층 밀도 있게 만든다. 

좀비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개인의 폭주가 아닌 집단으로 작동할 때 공포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되는가. ‘군체’는 그 답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며 장르의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연상호 감독은 “감염자들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군체’의 가장 큰 공포”라고 말했다. 

‘군체’는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같은 달 21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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