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김건희 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주가조작과 여론조사 무상 제공 등 핵심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판단됐던 것과 달리, 항소심은 주가조작 부분에서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통일교 금품수수와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 책임 범위를 넓혔다. 다만 여론조사 혐의는 의뢰나 협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유지했다. 주가조작과 알선수재에서는 정황을 근거로 책임을 인정하면서, 여론조사에서는 협의 입증을 요구해 무죄를 유지한 판단이어서 법리 적용의 일관성이 유지됐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 주가조작·알선수재 유죄… 여론조사 무죄 유지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신종오 부장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김씨가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시세조정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했다. 통일교 금품수수 부분에서는 이후 이어진 요청과 관계를 근거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반면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 혐의에 대해서는 의뢰나 협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이득액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부분에서는 1심과 판단이 갈렸다. 1심은 김씨의 계좌와 자금이 시세조정에 동원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세조정 세력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정황은 인정했지만, 이를 곧바로 공동 가담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은 김씨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수익을 나누기로 한 점과 통정매매에 관여한 정황 등을 근거로 공동정범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정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해치고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전제로 단순한 인식 수준을 넘어 실제 범행에 기능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또 거래를 보는 기준도 달랐다. 1심은 주식 거래를 시기별로 나눠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시세조정 행위를 하나의 이어진 범행으로 보고 포괄일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도 개별 거래가 아니라 전체 행위의 마지막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시기별 주식 거래 행위를 개별 행위로 볼 것인지, 하나의 범행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진 셈이다.
다만 항소심은 모든 거래를 공모로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 일부 구간과 정산 이후 이뤄진 매매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책임에서 제외했다. 공모를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특정 시점과 행위로 제한한 것이다. 특검이 예비적으로 추가한 방조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후 매수 행위가 시세조정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일교 금품수수와 관련한 알선수재 부분에서도 1심과 달라진 판단이 나왔다. 1심은 금품 수수 시점을 나눠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금품 수수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서 청탁 인식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품 전달 당시 명시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이후 이어진 요청과 관계를 종합하면 청탁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알선수재는 실제 청탁이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영향력을 전제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 자체로 성립하는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 사건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이 유지됐다. 1심은 여론조사가 특정인에게 전속적으로 제공된 것이 아니고, 김 씨가 이를 의뢰하거나 협의해 제공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항소심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가 정치자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제공 경위와 방식만으로는 피고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건희 씨 항소심은 주가조작과 알선수재 부분에서는 정황과 관계를 근거로 책임을 인정하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고, 여론조사 부분에서는 의뢰와 협의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쟁점별로 유무죄 판단이 갈리면서 책임 인정 범위가 달라졌다.
특히 판결 전반을 놓고 보면 적용된 판단 기준이 일관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주가조작과 알선수재에서는 거래 경위와 이후 정황을 근거로 책임을 인정한 반면, 여론조사에서는 직접적인 협의 입증을 요구해 책임을 제한했다. 여기에 더해 주가조작을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액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결론과 양형 사이의 기준이 충분히 설명됐는지 역시 쟁점으로 남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