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빈의 건강노트] 봄철 자살 증가 ‘스프링 피크’…수면 관리로 정신건강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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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봄은 일조량이 늘고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 현상이 나타난다.

25일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3월부터 증가해 4~5월에 정점을 형성하는 흐름을 보인다. 2023년 기준 3월 1281명, 4월 1185명, 5월 1317명으로, 이들 3개월을 제외한 다른 달 평균 약 1130명을 웃돈다.

봄철에는 일조량이 급격히 늘면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빛에 민감한 멜라토닌 분비 시간이 앞당겨지거나 억제되면서 수면·각성 주기가 흔들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새벽에 일찍 깨는 등 수면 패턴 변화가 나타난다. 수면 시간이 줄거나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변화는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뿐 아니라,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불면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잠들기 어려운 경우, 자다가 자주 깨는 경우, 충분히 잔 것 같아도 지나치게 일찍 깨는 경우다. 특정 사건이나 스트레스 이후 나타나는 급성 불면증은 원인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고 일상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지속된다면,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단기간 수면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 복용 시 내성이나 의존성, 인지 기능 저하 등의 가능성이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잘못된 수면 습관과 인식을 교정하는 접근법으로, 대한수면학회와 미국수면학회 등 주요 학회에서도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기존 대면 치료는 여러 차례 교육 세션과 비용, 전문 인력 부족 등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디지털 기반 인지행동치료가 도입되며 접근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약물 부작용이 부담스럽거나 복용을 줄이려는 환자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준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지행동치료는 반복 훈련을 통해 습관을 형성하는 방식인 만큼, 한 번 안정적인 수면 패턴이 자리 잡으면 1~2년 이상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상 관리 역시 핵심이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카페인과 음주를 줄이고 꾸준한 신체활동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항우울제에 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과 함께 자해나 자살 충동이 동반되거나 학업·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반드시 전문가 상담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암 경험자는 신체 질환과 함께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봄철 정신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병행하면 우울, 불안, 감정기복, 분노조절 문제, 불면, 식욕 변화 등 다양한 증상을 함께 다룰 수 있다.

정신과 약물에 대해 중독성이나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는 안전성이 높고 의존 위험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료 선택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경미하거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 의원이 적합하다. 반면 양극성장애, 조현병, 치매 등 중증 정신질환이 있거나 신체 질환이 동반된 경우, 자살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대학병원 진료가 권장된다.

보조적인 관리 방법으로는 명상과 마음챙김이 있다. 마음챙김은 호흡과 신체 감각, 감정 등을 현재 순간에 주의를 두고 관찰하는 훈련으로, 불안과 집착을 완화하는 데 활용된다.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은 명상, 호흡 훈련, 신체 감각 인식 등을 포함한 구조화된 프로그램으로, 의료기관에서 스트레스와 우울·불안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이준희 교수는 “현실이 기대와 다르게 전개될 때 이를 경직되게 받아들이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가 정신적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고통은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삶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정신적 회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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