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청와대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에 대해 기밀 유출은 아니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한미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신속한 수습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현안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조속한 사태 해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 브리핑에서 “이 사안이 생긴 직후부터 한미 간에는 많은 소통이 있었다”며 “서로 일종의 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위치로 구성시를 직접 거론한 것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에 존재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의 위치로 영변과 강선, 구성을 거론했다. 영변과 강선의 경우 국제적으로 공식 확인된 지역이지만, 구성은 한미와 국제기구 모두 공식적으로 확인한 지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해당 발언 이후 미국이 ‘기밀 유출’을 이유로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본격 확산했다.
정부는 이러한 발언이 이미 연구 기관 보고서,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공개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해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 정부, 사태 확산 우려… 정쟁화 자제 당부
위 실장은 이번 문제가 한미 간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측은 이를 자신들이 제공한 정보를 활용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상황은 해당 내용이 양국 간 공유된 ‘연합 비밀’이었다는 점을 증명한 꼴이 됐다. 이러한 사실을 정 장관이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미 간 신뢰의 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위 실장이 “사달(사고나 탈)이 난 것”이라고 표현한 것에선 이러한 복잡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는 미국과의 신속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DMZ 출입 승인 권한 확대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방위 문제, 안보 협상과 쿠팡 문제까지 복잡한 현안들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사태 해결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 이번 상황을 누적된 미국의 불만 표출로 해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오늘 국가안보실장이 확인해주었듯이 현재 한미 동맹이 삐걱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제출했다. 관계 부처 조율 없이 북한 구성시 우라늄 고농축 시설 정보를 무단 공개해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직분을 명백히 일탈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위 실장은 이번 사안을 한미 간 이상 기류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마치 동맹 관계를 정원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며 “동맹은 아주 가까운 관계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과 소통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확대되는 것도 경계했다. 위 실장은 “밖에서 너무 많은 논란이 벌어지면 한미 간 조용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염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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