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분기 美 관세만 1.6조원…빛바랜 최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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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현대차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우려대로 지난 1분기 미국 관세와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으며 수익성이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 양사가 미국에 관세로 낸 비용만 1조6000억원이 넘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같은 기간 합산 매출 75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고율 관세 같은 휘발성 강한 대외 변수에 내실을 갉아먹은 형국이다. 양사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대내외 경영 환경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원가 절감과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라인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 1분기 합산 매출은 75조4408억원, 영업이익은 4조71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우호적인 환율과 친환경차 판매 비중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며 역대 1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9% 급감하며 뒷걸음질 쳤다. 결정적 원인은 미국 정부가 부과한 15% 수준의 관세 비용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8600억원, 기아는 7550억원을 각각 부담하며 양사가 낸 관세 합산액만 총 1조6150억원에 달했다. 이는 양사 합산 영업이익의 약 34%가 고스란히 미국 세관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이에 따라 합산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9.2%에서 올해 6.2%로 3%포인트 주저앉았다.

미국 관세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도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현대차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계획보다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원자재 인상 영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알루미늄,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 /현대차

양사 글로벌 판매량은 175만59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판매량 측면에서는 양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77만9741대를 판매하며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특히 전기차(EV) 판매를 전년 대비 54.1%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 환경 악화로 전년 대비 2.5% 감소한 97만6219대 판매에 그쳤다. 특히 EV 판매량이 8.3% 줄어드는 등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을 보였으나, 하이브리드(HEV) 판매가 26.9%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양사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강화하고, 모든 지출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선다. 동시에 핵심 신차 라인업과 상품성 개선 모델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는 제품 믹스 및 평균판매가격(ASP) 개선에 주력한다. 국내에서는 EV4·5와 셀토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미국 시장에서는 텔루라이드와 카니발 등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유럽은 전기차 풀 라인업을 기반으로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인도·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는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과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75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30% 가까이 빠진 것은 관세와 원자재 리스크가 기업의 통제 임계치를 넘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비용 효율화 능력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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