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브랜드 ①] 불닭, 6조 브랜드로…‘매운맛’ 하나로 세계 시장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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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지금 K-팝·드라마에서 성큼 전진해 K-푸드, K-뷰티, K-패션으로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각 기업을 대표하는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탄생 배경부터 성장 전략, 글로벌 확장 과정까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2024년 진행된 스플래시 불닭 글로벌 통합 캠페인. /삼양식품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삼양식품 ‘불닭’이 K-브랜드 성공 방정식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6조2000억원, 판매량 90억개를 기록했다. 해외 매출이 4조9000억원에 달하며 기업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불닭 브랜드 매출은 2016년 1418억원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661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급증하며 글로벌 사업 구조로 완전히 재편됐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모습. /삼양식품

◇ “맵게 하면 된다”…명동서 시작된 불닭 신화

불닭의 출발점은 시장 조사보다 ‘직관’에 가까웠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2011년 명동의 한 매운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며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매운맛 라면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당시 라면 시장은 대부분 빨간 국물 중심이었다.

이후 삼양식품은 ‘강한 매운맛·국물 없는 라면·대중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세우고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전국의 유명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찾아다녔고, 청양고추부터 하바네로, 졸로키아까지 세계 각지의 고추를 조합하며 ‘맛있게 매운 소스’를 완성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미국 LA에서 진행된 불닭 카우치 타임 이벤트 현장. /삼양식품

◇ ‘불닭 열풍’ 시작은 유튜브…전 세계 놀이문화로

불닭의 글로벌 확산은 광고가 아닌 ‘놀이’에서 시작됐다.

2016년 유튜버 영국남자가 올린 영상이 계기였다. ‘파이어 누들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불닭 먹기는 하나의 도전 콘텐츠이자 놀이문화로 퍼져 나갔다.

매운맛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웃는 모습이 SNS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빠르게 퍼졌고,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같은 자발적 바이럴은 글로벌 팬덤 형성으로 이어졌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인위적으로 트렌드에 개입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불닭을 가지고 놀도록 두는 선택을 했는데, 이것이 삼양식품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불닭 영상 광고. /삼양식품

◇ 아시아→미국→유럽…K-콘텐츠 타고 성장

초기 불닭의 성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중심이었다. 매운맛에 익숙한 아시아권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며,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마라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확장했다.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2014년 한국이슬람연맹(KMF) 할랄 인증을 획득했고, 2017년에는 국내 라면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울라마 협의회(MUI) 할랄 인증도 받았다.

그러다 2020년 이후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K-팝과 K-드라마 영향으로 한류가 뜨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불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와 셀럽을 통해 제품이 확산됐고, 일부 제품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가 내려지는 이례적인 사건도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글로벌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현재 불닭은 100여개국에 수출되며, 주요 글로벌 유통망에 입점해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서울 시내 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라인업. /방금숙 기자

◇ 불닭의 힘은 ‘팬덤’…글로벌 생산·유통망 구축

불닭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은 까르보불닭, 치즈불닭, 핵불닭 등 제품군을 확장하는 한편, 소스·스낵·간편식으로 전체 매운맛 카테고리로 키워가고 있다. 국가별 맞춤형 제품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중국·유럽 등지에 판매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기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남 밀양 1,2공장은 수출용 불닭볶음면을 집중 생산한다. 2022년 5월 2365억원을 들여 수출 전담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1838억원을 투입해 2공장을 지었다.

삼양식품 밀양 제1공장(왼쪽 주황색 건물)과 밀양 제2공장 전경. /삼양식품

두 공장이 전체 수출 물량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전진기지다. 연간 생산량은 1공장 7억4000만개, 2공장 8억4000만개이며, 여기에 원주, 익산 공장까지 합치면 연간 28억개에 달한다.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중국 저장성에 첫 해외 생산기지도 건설 중이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다.

김정수 부회장은 지난해 밀양 2공장 준공 당시 “불닭볶음면이 아직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코카콜라처럼 세계인이 즐기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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