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우주를 둘러싼 위협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 위성 신호 교란과 통신 장애, 근접 기동과 같은 행위는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고, 군사작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어디까지 ‘공격’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누가 어떤 권한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방우주법 제정 시급… ‘우주 위협 대응 기준’ 세워야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쟁점은 ‘우주 위협의 정의’다. 현재 국내 법체계는 우주를 산업과 연구개발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자연적 위험에 대한 관리 규정은 존재하지만 의도적인 교란이나 공격을 전제로 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위성 신호 방해나 통신 교란, 위성 간 근접 기동과 같은 행위를 어디까지 ‘공격’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대응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이를 규정한 법적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문제는 곧 ‘정당방위 적용 범위’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무력 공격은 물리적 타격을 기준으로 판단되지만 우주 위협은 대부분 그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다. 전파 방해나 사이버 공격은 명확한 무력 공격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공격 주체 역시 즉각 특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평시와 전시 사이, 이른바 ‘회색지대’에서 어떤 수준까지 대응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우주법’은 ‘전쟁 이후’가 아니라 ‘전쟁 이전’ 단계의 대응 기준을 다루는 법이 될 수밖에 없다. 물리적 충돌 이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교란과 간섭을 어떤 수준의 위협으로 규정할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해 군사적 대응이 가능한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교전규칙(ROE)’의 법적 위치도 중요한 쟁점이다. 우주에서의 대응 원칙을 법률에 어디까지 명시할 것인지가 논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필요성, 비례성, 즉각성과 같은 원칙을 법에 반영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식까지 공개적으로 규정할 경우 작전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법률은 원칙을 규정하고, 세부 기준은 하위 규정으로 분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한 구조’ 역시 정리해야 할 과제다. 현재는 우주 자산의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느 기관이 이를 판단하고 대응을 주도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군과 정보기관, 과학기술 부처가 각각 역할을 나누고 있지만 법적으로 정리된 체계는 없다. 평시와 위기, 전시 상황에서 권한이 어떻게 전환되는지에 대한 기준 역시 부재하다.
특히 물리적 충돌 이전 단계의 위협에 대해서는 군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상에서 해군과 해경이 역할을 나누듯 우주에서도 일정 수준 이하의 위협은 행정적·법집행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군으로 권한이 이양되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 문제가 아니라 법으로 설계해야 할 영역이다.
민군 인프라 문제는 ‘국방우주법’의 또 다른 축이다. 우주 인프라는 위성과 발사체뿐 아니라 지상국, 데이터, 통신망 등으로 구성되며 대부분 민간과 군이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이를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틀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은 단순히 군의 작전 범위를 규정하는 수준을 넘어, 민간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보호할 것인지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민간 위성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국가 안보 사안으로 볼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국가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게다가 책임과 보상 문제도 뒤따른다. 우주 자산은 국가가 관할권을 갖는 만큼 피해 발생 시 국가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법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민간 참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호와 보상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프라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제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국방우주법’을 별도로 제정할지, 기존 우주개발진흥법과 우주항공청 관련 법을 개정할지, 또는 상위 개념의 우주안보법을 도입할지에 따라 법 체계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입법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기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공백은 분명하다. 미국은 우주군 창설과 함께 우주를 독립된 작전 영역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과 전략을 통해 군의 임무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주 작전 수행 기준과 역할 분담이 제도적으로 정리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반면 한국은 우주 전력 확보는 진행 중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틀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무엇을 위협으로 볼 것인지, 누가 대응할 것인지, 민군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국방우주법은 세 가지를 동시에 다루는 법이 될 수밖에 없다. 우주 위협의 정의와 대응 기준, 군과 민간 간 권한 구조 그리고 민군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다. 우주를 둘러싼 경쟁은 기술에서 제도로 이동하고 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더 중요한 단계다. ‘국방우주법’ 논의가 ‘필요성’을 넘어 법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단계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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