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모기의 계절’… 질병과의 새로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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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매년 여름 반드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개체 수 증가로 질병 전파 위협도 더욱 커지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모기는 매년 여름 반드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개체 수 증가로 질병 전파 위협도 더욱 커지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여름철, 반드시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모기’다. 대표적 여름 해충인 모기는 여러 질병의 매개체로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매년 76만명이 모기로 목숨을 잃는다. 전체 동물로 인한 인간 사망 1위다.

문제는 모기에 의한 피해가 향후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 개체 수와 활동이 급증하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변화하는 모기 생태에 맞춰 새로운 방제법 연구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후변화에 모기 극성, ‘뎅기열’, ‘말라리아’ 등 질병 확산 우려↑

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개체 수, 활동 증가는 급격한 질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우려되는 질병은 ‘뎅기열(Dengue fever)’이다. 뎅기열 바이러스를 보유한 열대숲모기에게 물리면 감염되는 질병이다. 

3~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뎅기열이 발병하면 발열, 발진, 두통, 근육통, 식욕 부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치명률은 0.01~0.03%로 높지 않다. 하지만 이렇다 할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적절한 조치 없이 중증 단계로 넘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다. ‘뎅기 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신드롬’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구온난화로 뎅기열 발병이 급증하는 지역은 북미·아시아다. 미국 워싱턴대 환경 및 보건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21개국의 뎅기열 발병 데이터를 분석, 뎅기열 확산 시나리오를 예측했다. 그 결과, 북미·아시아에서 21세기 중반의 뎅기열 발병률은 이산화탄소 저배출 시나리오에선 49%, 고배출 시나리오에선 76%까지 증가했다.

미국 워싱턴대 환경 및 보건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북미·아시아에서 21세기 중반의 뎅기열 발병률은 이산화탄소 저배출 시나리오에선 49%, 고배출 시나리오에선 76%까지 증가했다. / Pixabay
미국 워싱턴대 환경 및 보건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북미·아시아에서 21세기 중반의 뎅기열 발병률은 이산화탄소 저배출 시나리오에선 49%, 고배출 시나리오에선 76%까지 증가했다. / Pixabay

워싱턴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는 29°C,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의 경우 26°C에서 뎅기열 전파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여름 평균 온도는 25.7℃였다. 즉, 현재 국내 여름 온도는 ‘아디다스 모기’라 불리는 흰줄숲모기를 통한 뎅기열 전파에 최적화된 기온이라는 의미다.

기후변화로 인한 뎅기열 발병률 증가는 기온이 ‘낮았던’ 지역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났다. 볼리비아, 페루,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와 같이 열대 기후 국가보다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뎅기열의 30~40%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태국, 캄보디아 등 원래 기후가 높았던 지역의 뎅기열 발병률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뎅기열뿐만 아니라 ‘말라리아(Malaria)’도 문제다. ‘얼룩날개모기류(Anopheles species)’에게서 전파되는 대표적인 열대성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약 2억4,9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사망자 수도 매년 50만명 이상 발생,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질병이기도 하다.

이때 말라리아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동’이다. 미국 인디애나대·우간다 마케레레대 연구팀은 어릴 때 심한 말라리아를 앓은 뒤 4년에서 15년 후 인지능력과 학업성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8년 간 추적했다. 

그 결과, 말라리아에서 생존한 아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지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중증 말라리아는 아동의 뇌에 영향을 미쳐 급성기가 끝나도 학습과 발달에 오래 남는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말라리아 등 모기 전파 질병 피해가 큰 ‘아프리카’ 지역에선 모기 방제를 위한 ‘주택 개조’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 Pixabay
말라리아 등 모기 전파 질병 피해가 큰 ‘아프리카’ 지역에선 모기 방제를 위한 ‘주택 개조’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 Pixabay

◇ 주택 개조부터 AI까지… 기후변화 ‘맞춤형’ 방제 연구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인한 모기 피해가 늘어나면서 과학자들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 등 모기 전파 질병 피해가 큰 ‘아프리카’ 지역에선 모기 방제를 위한 ‘주택 개조’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연구 성과를 꼽을 수 있다. 케냐의학연구소 산하 국제보건연구센터(KEMRI-CGHR) 연구진은 냉각 지붕, 방충망 등을 활용, 아프리카 농촌 지역의 기후변화 열사병 및 말라리아 매개체 방제용 주택 개조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40채 주택을 △냉각 지붕 △맞통풍 △방충망 △대조군의 무작위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 다음 개조 그룹 주택의 문, 창문, 처마에 말라리아 모기 유충 발생 및 성체 서식 검사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방충망 설치는 일반 주택 대비 비해 ‘아노펠레스 푸네스투스(Anopheles funestus)’의 개체 수를 77%, 큐렉스 속(Culex) 모기를 58% 감소시켰다. 아노펠레스 푸네스투스는 얼룩날개모기종으로 아프리카 지역 내 말라리아 모기의 대표적인 종이다. 큐렉스종은 뇌염, 서부나일바이러스 등 질병 매개체다.

즉, 간단한 방충망 설치만으로도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 등 질병에 감염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방충망이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 취약계층에겐 없어서 설치하지 못한 중요한 기술이었던 셈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지역에서 드론으로 ‘폐타이어’를 찾아냈다. 버려진 폐타이어는 습기가 차게 되면 모기의 주요 번식지가 된다. / Stanford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지역에서 드론으로 ‘폐타이어’를 찾아냈다. 버려진 폐타이어는 습기가 차게 되면 모기의 주요 번식지가 된다. / Stanford

아울러 선진국을 중심으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도 모기 방제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꼽힌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7일 드론과 AI기술을 활용한 모기 번식지 탐지 기술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지역에서 드론으로 ‘폐타이어’를 찾아냈다. 버려진 폐타이어는 습기가 차게 되면 모기의 주요 번식지가 된다. 그 다음, 각 영상 등을 AI로 분석했다. 이 AI모델에는 ‘합성곱 신경망(CNN)’을 적용, 일반 영상 분석 기술보다 월등히 우수한 정확도를 보였다. 이를 활용해 연구팀은 모기서식지를 기존 방제 작업 대비 두 배 이상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조엘 로서 스탠포드대 의과대학 감염병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드론은 인간 건강이 미치는 환경 스트레스 영향을 감시하는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중 보건 담당자들이 빠르게 진화하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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