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동행] 프레시매니저가 고객과 ‘이웃’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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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hy공덕지점 인근에서 13년차 프레시매니저 한애순(55) 씨를 만나 그의 일이 어떻게 사회적 안전망이 되는지를 취재했다. / 사진=김지영 기자

시사위크=김지영 기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가족의 돌봄이 일종의 안전장치가 되어주듯이, ‘이웃사회’는 한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적 관계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웃 간의 소통은 점점 줄고 있지만, 프레시매니저의 사례를 보면 ‘이웃’의 사회적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는 지난 21일 hy공덕지점 인근에서 13년차 프레시매니저 한애순(55) 씨를 만나 그의 일이 어떻게 사회적 안전망이 되는지를 확인했다.

◇ 프레시매니저 10년이면 동네 사정 훤해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가구는 전체의 36.1%인 804만5,000가구에 달한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도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프레시매니저’가 1인가구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렸던 ‘프레시매니저’는 노란 유니폼을 입고 탑승형 카트 ‘코코’에 물건을 실어 배달한다. 21일 오전 7시 20분 경에 만난 한애순 매니저는 코코 앞에서 고객과 통화 중이었다. 짧은 머리에 베이지색 헬멧, 노란 유니폼에 흰 운동화, 흰 장갑을 낀 덕분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 매니저는 새벽 3시에 집에서 나와서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 4시부터 배달을 시작한다. / 사진=김지영 기자

한 매니저는 새벽 3시에 집에서 나와서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 4시부터 배달을 시작한다. 기자는 그의 뒤를 쫓아 약 10개 가구를 방문했다.

아침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그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눴다. 그는, 13년째 같은 동네를 하루에 두세바퀴씩 돌고 있으니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분은 인상착의 말씀하시면서 그분은 요즘 잘 지내시냐고 이웃 안부를 저한테 물어보기도 해요. 그러면 제가 잘 지내신다고 전해드리죠. 저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요”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보니 가끔은 그를 통해 이웃의 근황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동네 사정을 속속이 잘 아니까 어떤 분은 구의원에 출마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 아파트에는 돌이 많아서 지하주차장을 못 지었다. 대신 집값이 싸다”고 말하는 그를 보니 그 말이 이해될 것도 같았다.

◇ ‘동네 지킴이’가 된 프레시매니저

“똑똑. 야쿠르트입니다.”

현관문에 달린 보냉백에 상품을 넣고 다음 배달 장소로 바쁘게 이동하던 그가 한 가구의 문을 두드렸다. 노인이 혼자 사는 가구에 대해서는 대면 배달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신 거동이 불편해 현관까지 나오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기침을 하는 등 고객이 인기척을 내는 것으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가 하루에 방문하는 200가구 중 10가구에 노인이 혼자 살고 있다.

전국의 프레시매니저 1만1,000여명은 이런 이상 징후가 발견될 시, 지점장이나 행정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 / 사진=김지영 기자
전국의 프레시매니저 1만1,000여명은 이런 이상 징후가 발견될 시, 지점장이나 행정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 / 사진=김지영 기자

그는 이런 가구에서 “전날 배달한 물건이 보냉백에 그대로 있거나,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정말 가슴이 철렁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매니저를 비롯한 전국의 프레시매니저 1만1,000여명은 이상 징후가 발견될 시, 지점장이나 행정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 hy가 1994년부터 이어온 사회공헌활동인 ‘홀몸노인 돌봄활동’의 일환이다. 이런 대응 체계의 순기능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전국에 있는 hy 대리점이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 관공서와 협약을 맺어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있다.

한 매니저는 어르신을 돕는 것도 자신의 업무로 생각하고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매니저들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hy 프레시매니저들이 지역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종된 치매노인을 찾거나 고독사한 노인을 발견해 조치하는 등의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 필요한 건 ‘말 한마디’

한 매니저는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기관에 알리는 것과 함께,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김지영 기자
한 매니저는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기관에 알리는 것과 함께,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김지영 기자

한 매니저는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기관에 알리는 것과 함께,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 마주하는 외로움이 신체적인 부상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의미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 중에는 하루에 한 번도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분도 있어요. 그러면 대화하고 싶어서 자리를 안 뜨세요. 대화가 필요한 거죠.”

이날도 한 매니저는 떡국 한 그릇을 준비해놓고 “꽃이 예쁘니 들어와서 보고 가라”고 권하는 여성에게 “그럼 오후에 한 번 더 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신경쓰여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같은 건물을 방문한다.

그에게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잠깐이라도 어르신들한테 방문해서 안부를 묻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제도적으로도 이런 활동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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