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무려 30여 년 만에 추진되는 브니엘학교(현 정선학원) 정상화를 둘러싸고 학교 안팎의 갈등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정근 전 이사장 측은 "비리 설립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비정상적 정상화"라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부산시교육청에 절차 중단을 요청했고, 부산 교육당국은 "정이사 선임을 통해 이번엔 정상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충돌은 단순히 '누가 학교 운영권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정선학원 사태는 재정 파탄과 비리, 이후 이어진 법적 분쟁, 정상화를 시도할 때마다 원점으로 되돌아간 이사회 구성 문제, 그리고 10년 넘게 이어진 임시이사 체제의 피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다. 지금의 논란은 그 누적된 구조가 마지막 고비에서 다시 드러난 갈등이 분출되는 것에 가깝다.
◆비리에서 시작된 붕괴…"이사회 자체가 무너졌다"
정선학원 문제의 출발점은 1990년대 학교 이전 사업이다. 정선학원은 1992년 브니엘 중·고 이전 계획을 승인받고 교사 신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 등의 영향으로 약 197억원 규모의 채무가 발생했다. 이후 부산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학교공금 불법 유용과 공사 관련 비리가 적발되면서, 회계 부정과 시정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기존 임원들의 취임 승인이 취소됐고 1999년 6월 임시이사 7명이 선임됐다.
이때부터 정선학원은 정상적인 사학 운영 구조가 아닌 외부 개입에 의존하는 비상체제로 전환됐다. 문제는 임시이사 체제가 도입됐다고 해서 질서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분쟁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이다.
임시이사회는 2002년 정식이사를 선임하며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2007년 이사회 결의 무효 소송이 제기되며 다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에서는 기존 이사회가 유지되는 듯했으나, 2010년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2011년 판결에서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은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판결로 정선학원은 단순 갈등을 넘어 이사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법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소송→무효→임시체제…수십 년간 '되돌이표' 악순환의 구조
이후 흐름은 동일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2011년 대법원 판결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고, 2012년 정이사 선임이 이뤄졌지만 곧바로 소송이 제기됐다. 2014년 법원은 이사 선임 처분을 취소했고 집행정지까지 내려지면서 효력은 정지됐다.
교육청은 다시 임시이사를 선임했고, 2심과 대법원 역시 기존 판단을 유지하면서 2016년까지 이사 선임 무효가 확정됐다. 정상화를 시도하면 소송이 이어지고, 소송 결과 다시 이사회가 무효가 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시이사 체제는 과도기가 아니라 장기 구조로 굳어졌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임시이사회가 유지되며 100회 이상 회의가 열렸고, 학교 운영은 유지됐지만 교육 신뢰 저하와 시설 노후화, 학부모 민원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됐다.
교육계 일각에선 "결국 정선학원은 운영은 되지만 정상은 아닌 상태가 고착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부채 37억·운영권 충돌…"정상화냐 복귀냐"
현재 갈등의 핵심은 부채와 운영권이다. '선결부채 37억원'을 두고 교육청은 사인 간 채무로 보고 변제를 전제로 정상화를 추진하는 반면, 정근 전 이사장 측은 공적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라며 책임 귀속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운영권 역시 핵심 쟁점이다. 정 전 이사장 측은 이번 정상화가 결과적으로 과거 재정 비위로 해임된 설립자 측에 운영권을 되돌리는 구조라고 주장하며, 과거 운영권과 금전이 연계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면 교육당국은 장기 임시체제를 끝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임시이사회 역시 정상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리 당사자 중심 이사 선임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이번 충돌은 정상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정상화를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문제로 압축된다.
정선학원 정상화는 지금 두 갈래 길에 서 있다. 26년 분쟁을 마무리하고 학교 운영을 정상 궤도에 올릴 것인지, 아니면 부채와 운영권, 비리 책임 문제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다.
정상화 충돌은 그간 누적된 '비리·소송·무효·임시체제' 구조가 만든 마지막 분기점이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결정이 진짜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지, 또 하나의 '미완의 수습'으로 남을지 지역 교육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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