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민감한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현행 제도는 일부 사망만을 대상으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이 빠져 있는지, 지금 방식으로 전체 아동 사망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아동 사망 전반을 다시 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흩어진 정보… 국가아동사망정보시스템 구축 필요
13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사망 예방을 위한 아동사망검토제도 도입 입법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현재 운영을 앞둔 아동학대 의심 사망 분석 제도는 의미 있는 출발이다. 하지만 전체 아동 사망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사고, 자살, 질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범주만을 분석하는 방식으로는 반복되는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논의는 하나로 모였다. 아동 사망을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보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방향이다.
쟁점은 ‘대상’에서 시작된다. 지금 제도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사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로 처리된 사건 안에 방임이나 관리 부실이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고, 자살 역시 개인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제도의 영향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다. 사망 원인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복합적 원인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제안되는 방식은 단순하다. 모든 아동 사망을 검토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사망의 형태를 나누지 않고 전체를 하나의 집합으로 보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위험 요인을 찾는 접근이다. 개별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조건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다음 쟁점은 ‘정보’다. 현재 아동 사망과 관련된 정보는 기관별로 나뉘어 있다. 의료 기록은 병원에, 수사 자료는 경찰에, 복지 정보는 지자체에 각각 흩어져 있다. 이 상태에서는 한 아동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했고, 어떤 위험 신호가 있었는지를 한 번에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각각의 정보는 존재하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은 이 문제를 국가 단위 분석 체계로 풀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사망 원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아동 사망을 검토 대상으로 포함시킨다. 미국은 주 단위 검토팀이 사망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연방 차원에서 축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역에서 확인된 위험 요인이 전국 단위 정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영국은 법으로 아동 사망 검토를 의무화했다. 사망이 발생하면 의료·복지·수사 기관이 참여해 사례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권고를 내린다. 특정 사건 대응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절차로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사망 정보를 한곳에 모아 분석하는 방식은 개별 사건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조건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사망 이전의 환경과 경과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왜 같은 유형의 사고와 죽음이 반복되는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의 경우는 한국과 비슷한 출발점에서 제도를 바꿔가고 있는 사례다. 초기에는 사망 유형별 대응에 머물러 있었지만 연구와 시범사업을 거치며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여러 기관이 참여해 사망 경위를 함께 검토하고 특정 원인으로 단정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석하는 방식이 강조된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점은 사망을 함께 분석하면 기존에는 드러나지 않던 요인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사고로 분류된 사례에서 관리 부실이 드러나거나 자살 사례에서 가정과 학교 환경이 함께 작용한 정황이 확인되는 식이다. 원인을 나눠 보던 방식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또 다른 쟁점은 ‘권한’이다. 현재 체계에서는 한 기관이 다른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석 자체가 어려워진다. 분석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강제할 장치도 없다. 이 때문에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료 제출과 정보 공유, 기관 간 협조를 법으로 규정해야 실제로 분석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도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작동 조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현재 방식은 사건이 일정 부분 정리된 이후에야 분석이 가능하다. 재판이 끝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분석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도 시간이 지체된다.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면 사망 이후 빠른 시점에서 검토가 이뤄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이 부분을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아동 사망 분석 체계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보 공유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형 아동사망검토제도를 별도 법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동학대 의심 사망에 한정된 현재 체계를 넘어, 모든 아동 사망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이를 국가 단위 정보로 관리해 예방 정책으로 연결하자는 취지다. 중앙과 지역이 역할을 나눠 사망 사례를 분석하고, 의료·수사·복지·교육 정보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지금 제도의 출발점을 확장해 전면 분석 체계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쟁점은 단순하다. 지금처럼 일부 사망만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모든 사망을 함께 보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지다. 아동 사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그 대책이 어디서 출발하느냐다.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대응 역시 같은 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제정법 논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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