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광화문=이영실 기자 2006년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 출발한 이야기가 20년 뒤 완전히 달라진 산업 환경 위에서 다시 펼쳐진다. 급격하게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인물들의 현재를 비춘다. 20년 만에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지금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주목된다.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두 주연배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와 재회하고,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에밀리 블런트·스탠리 투치까지 전작의 흥행을 이끈 주역들은 물론 새로운 캐릭터가 합류한다. 여기에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엘린 브로쉬 멕켄나가 각본을, 카렌 로젠펠트가 제작을 맡는 등 원작의 핵심 제작진도 함께한다.
전편이 패션 업계를 배경으로 권력과 생존, 그리고 사회 초년생의 시선을 날카롭게 포착했다면, 2편에서는 이미 변화를 겪은 인물들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입에서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 비서에서 럭셔리 브랜드 임원으로 올라선 에밀리, 그리고 여전히 ‘런웨이’를 지키고 있는 미란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달라진 조건과 마주한 인물들의 현재를 따라간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를 향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행사 시작 전부터 현장은 취재진으로 가득 찼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질문이 이어지며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밝은 미소로 무대에 등장한 두 배우는 이 작품이 하나의 메시지로 규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릴 스트립은 “무엇이 메시지라고 규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앤 해서웨이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방문 소감은.
메릴 스트립 “한국으로 비행해 오면서 산맥의 모습을 보고 너무 들떴다. 서울에 대해 잘 몰랐고 전 세계 많은 곳을 여행했는데 한국은 처음이라서 기쁘다. 호텔도 너무 좋다. 침대가 편안해서 잠에서 못 깰 정도였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맙다. 너무나 사랑하는 이 영화 보여드릴 수 있어서 더더욱 설렌다. 자랑스러운 작품을 들고 오게 돼 기쁘다.”
앤 해서웨이 “8년 만에 오게 됐다. 너무나 기쁘다. 조금 더 길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 별마당 도서관도 가보고 싶고 버킷 리스트에 오랫동안 있던 일인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지만, 오랜만에 오게 돼 기쁘기도 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을지 고민하고 있다.”
-에디터 역할이었는데, 에디터의 시선으로 본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은 무엇인가.
앤 해서웨이 “현재 한국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끌고 있고 많은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악을 이끌고 있고 패션, 화장품 분야에서도 뛰어나다. 풍부한 콘텐츠도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획 에디터였다면 이런 부분을 어필하면서 독자 타겟팅을 해볼 것 같다. 한국 문화의 뛰어난 부분이다. 특히 많은 분들을 인터뷰해 보고 싶은데,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하고 싶다.”
메릴 스트립 “나는 한국 바비큐에 관심이 많다. LA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곳에 자주 가는 한국 바비큐 식당이 있다. 앤의 말에도 전부 동의한다. 손자, 손녀 6명이 있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맨날 하고 노래도 너무 좋아한다. 케이팝, 케이컬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그만큼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거니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삶에 영향을 미치잖나. 내가 자랄 때는 다른 지역의 영향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 우리가 서로 의지하고 연결돼 있다는 게 참 기쁜 일이다.”
-20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지금이라서 가능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메릴 스트립 “2006년 만든 영화는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기 전에 만든 영화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다 갖고 있잖나.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바꿨다. 저널리즘이나 인쇄 매체의 모든 것을 바꿨고 엔터 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이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에 이 영화가 나오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란다는 어떻게 하면 이 비즈니스를 최대한 수익성 있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앤디는 1편 마지막 장면에서 분수대에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런웨이를 떠나서 진짜 언론, 탐사 보도 언론사에 가게 된다. 패션보다는 깊이 있는 언론 기자로서 일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다가 2편에 다시 앤디가 등장하게 되는데 미란다가 겪는 비슷한 어려움을 앤디도 직면하고 있다. 같은 처지라고 보면 될 거다.”
앤 해서웨이 “디지털 혁신, 혁명이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저널리즘과 패션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캐릭터 관점에서 보면 앤디는 1편에서 22살이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인 거다. 아이디어가 많지만 경험은 적었다. 2편에서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기자로서 자신이 원한 삶을 충실히 살아왔고 많은 경력과 스킬이 쌓이고 자신만의 관점, 시각이 생기고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생긴 상황이다. 앤디가 미란다의 잠재적인 파트너로서 등장하게 되는데 그만큼 설득력이 부여된 상황이다.”
-1편은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다룬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편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자 했나.
앤 해서웨이 “세계가 변화하고 있고 훨씬 더 많은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 물론 쉽지 않고, 얻어내야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경제적 자유는 모든 사람이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2편에서는 앤디 삭스가 필요한 모든 공과금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 혼자로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메릴 스트립 “이 질문에 충분한 존중을 표하고 싶다. 하지만 TV 자막처럼 ‘이것이 메시지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1편의 앤디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또 1편에서 여성이 냉혹한 보스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중요한 것은 젠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영화가 무엇이라고 단정하기보다, 관객이 재미를 느끼면서 그 안에 담긴 사회적 이슈를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1편처럼 2편도 각자가 원하는 대로 느끼며 즐겨주길 바란다.”
앤 해서웨이 “1편이 꿈을 좇으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하고 여성도 책임을 지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 역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메릴 스트립 “2편을 찍으면서 왜 더 일찍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은 없다. 이 시나리오는 지금, 이 시기여야 한다. 20년이 필요했다. 그래야 우리가 1편을 보고 놀랐던 것처럼 2편을 보고 놀랄 수 있다.”
-두 캐릭터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어떤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앤 해서웨이 “이 영화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만약 스스로를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면 영화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솔직하게 연기함으로써 많은 분들이 우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길 바랐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려다 보니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앤디는 친절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런 따뜻한 에너지를 사무실로 가져오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고, 아래에 있는 직원이든 위에 있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친절하려고 한다. 일을 잘하면서도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점을 느껴주셨으면 한다.”
메릴 스트립 “미란다에 대해 말하자면, 2편의 독특한 지점은 70세 이상의 여성이 보스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캐릭터는 다른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다. 많은 여성들을 대표하는 인물을 연기하게 돼 기쁘다. 최근 안나 윈투어(보그 편집장, 미란다의 모티프가 된 인물)와 함께 보그 커버를 장식했는데, 안나 윈투어와 나는 동갑이고 촬영한 사진작가도 76세였다. 이렇게 50세가 넘은 여성들이 점점 보이지 않거나, 그들의 의견이 문화에 덜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미란다처럼 존재감이 강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
-2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연기 호흡은 어땠나.
앤 해서웨이 “1편을 촬영할 때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메릴이 연기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힘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젊은 배우로서는 내 연기에만 몰두하기 쉬운데, 메릴의 연기를 보면서 깊이 있고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연기하는구나 싶었다. 메릴이 정말 잘하고 나는 감탄하는 것이 우리의 케미스트리였다.”
메릴 스트립 “1편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당시에는 서로를 잘 몰랐고, 촬영 첫 주에 사람들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해보자고 생각했다가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편에서는 일부러 어울리지 않고 트레일러에서 혼자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때는 즐겁지 않았고 약간 우울하기도 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랬다. 그런데 2편을 촬영하면서는 다시 에너지가 살아났고, 현장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앤이 완전히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린 모습이 아닌 성숙한 앤을 만나게 돼 기쁘고 즐거웠다. 에밀리 블런트와 스탠리 투치와도 다시 작업하게 됐는데,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룹 간의 케미스트리도 매우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20년 전과 비교해서 앤 해서웨이가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
메릴 스트립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앤은 매번 신선하고 항상 진심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연기를 같이 하는 동료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거든. 앤은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배우 개인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메릴 스트립 “1편은 굉장히 놀라웠다. 여성들이 좋아할 영화라는 건 알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했고, 그래서 기쁘고 놀랐다. 남자들이 내 캐릭터에 대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무엇을 느꼈다고 말한 경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런 반응을 받은 영화였다. 그 이유는 미란다가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로 등장했고, 또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성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큰 성공을 했다고 본다.”
앤 해서웨이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줬다. 22살에 22살 역할을 했다. 앤디에게도 엄청나게 무섭고 멋진 보스가 있었고, 나는 거의 신인 배우로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우와 함께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이 나를 만들어줬다. 나는 모든 면에서 메릴 스트립에게 영향을 받았다. 정말 많은 재능을 지닌 배우다. 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난다.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기였는데 이 영화 덕분에 많은 기회가 생겼다. 많은 문이 열렸고 관객들이 나를 사랑해 줬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 도전으로 인해 행복해졌다. 사람들이 다시 환대해 준다는 것도 기쁘다. 아주 멋진 머리 스타일을 주기도 했다.”
-끝인사를 전한다면.
메릴 스트립 “굿바이.(웃음) 환대해 줘서 고맙다. 한국에 있는 모든 분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싶다.”
앤 해서웨이 “간담회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생,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멋진 무대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다시 한국에 와서 영광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환대해 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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