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완연한 봄 날씨 속에 봄꽃이 절정을 이룬 지난 주말, 저희 가족은 국회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4~5일 국회 중앙잔디광장에서 열린 개방 행사 ‘국회 봄소풍’에 다녀온 건데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 일정 후보군으로 염두에 두고 있던 차에 아내도 SNS로 정보를 접해 공유해주더군요. “오늘은 국회로 소풍가자!”고 하니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방방 뜁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지하철을 타고 가니 아이들은 더 즐거워했습니다. 동생들은 아직 무료지만, 첫째는 이제 따로 교통카드를 찍어야 하는데요. 제법 능숙하게 일회용 교통카드를 발매해 개찰구를 통과하는 아이에게 “아빠가 너만 했을 땐 카드가 없었고, 작은 승차권을 넣으면 다시 나와서 챙겼다가 내리는 역에서 또 넣어야 했다”고 말해줬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새삼 또 느꼈답니다.
국회에 도착하니 새파란 하늘에 넓은 잔디밭, 그리고 웅장한 건물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잔디광장 한쪽에 마련된 빈백, 그늘막 등 휴식공간과 귀여운 풍선 장식, 알록달록한 에어바운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찾은 여러 가족들의 모습은 그 풍경을 더 평화롭게 만들었습니다. 평소엔 아무래도 조금 딱딱하고 긴장될 수밖에 없던 곳인데,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가족들의 놀이 공간으로 변신하니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리를 잡아 돗자리를 깔고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이내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는데요. 솜사탕, 팝콘,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만들기 체험 그리고 각종 에어바운스를 즐기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또 야외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빌려 놀 수도 있었고,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블록놀이 존도 있었습니다. 작은 무대에선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여러 공연도 이어졌죠.
이날 행사는 아주 거창한 것도, 무척 특별한 놀이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다름 아닌 ‘국회’라는 장소 때문인데요.
함께 줄을 서있던 중 아이가 “아빠, 권력이 뭐야?”라고 물어왔습니다. 국회 본관에 새겨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글을 보고 물은 겁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권력은 여러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때 어떤 걸 결정할 수 있는 힘이야. 만약에 누나는 빵이 먹고 싶고 형은 고기가 먹고 싶고, 동생은 과자를 먹고 싶을 때 뭘 먹을지 결정할 수 있는 거지. 또 누나는 이거 하고 형은 저거 하고, 동생은 그거 해 하고 다른 사람한테 시킬 수 있는 거기도 하고”라며 차분하게 설명해줬습니다.
또 “누가 힘이 세다고 다른 사람 때리고 괴롭히면서 마음대로 결정하면 될까? 그래서 우리는 여러 가지 결정들을 할 때 어떻게 할지 규칙을 정해놓거든. 그 규칙을 만드는 곳이 여기야”라고도 이야기해줬죠. 그러던 중 둘째가 문득 전에 봤던 뉴스를 떠올리고는 “여기에 군인아저씨들이 왔던 거야?”라고 묻기도 했는데요. 같은 공간이지만, 비상계엄 당시의 국회와 지금의 국회가 무척 대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기다리는 시간 틈틈이 국회의원이 뭔지, 어떻게 뽑는지, 각각의 건물은 뭘 하는 곳인지 등 나름 알찬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는데요. 물론 첫째와 둘째는 평소에도 국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올림픽대로를 지나다 국회가 보이면 설명을 해주곤 했고, 국회 박물관에 다녀오기도 했죠. 그런데 이날은 즐거운 봄소풍, 그리고 여러 놀이와 함께 어우러져 아이들이 국회와 한결 더 친숙해지는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회는 벚꽃 시즌에 맞춰 이러한 개방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왔고,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함께 마련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고, 2024년에 재개하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개최되지 못했고, 올해 다시 찾아오게 된 건데요.
너무나 좋았던 ‘국회 봄소풍’ 행사에 참여해보니 국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더 활짝 열려있고, 더 가까이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벚꽃 시즌만이 아니라 좀 더 많이,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면 좋겠습니다. 나들이 가기 좋은 봄·가을의 주말엔 소박하게나마 아예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돗자리 등 간단한 피크닉 용품을 대여해주는 정도로요. 국회도서관과 연계해 이번처럼 야외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도 좋겠고요.
물론 지금도 국회 앞 잔디광장은 모든 국민에게 개방된 공간입니다. 꼭 행사가 열리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고, 휴식과 나들이를 즐길 수 있죠. 다만, 잘 알지 못하거나 막연히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고 한강공원처럼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즐겨 찾는 곳이 아닌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겐 더 그렇고요.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국회에서 나들이를 하고 맘껏 뛰어놀며 국회를 친숙하게 느끼게 되는 것. 그렇게 국회의 주인이 국민, 바로 자기 자신이란 걸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 그만한 민주주의 교육이 있을까요? 또 아이들로 북적이고 왁자지껄한 국회 잔디광장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더 자주 국회 나들이를 가게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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