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정보통신업 취업자 감소 통계가 발표되자, 일부에서는 "이제 컴퓨터공학도 위험하다"는 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2000명 감소했고,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까지 포함하면 감소 규모는 14만7000명에 이른다. 특히 감소의 상당 부분이 20~30대 청년층에서 나타났다는 점은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이 수치만 보면, 컴퓨터공학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해석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감소는 '전공'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의 문제다. 같은 시기 인공지능 기반 고용 서비스는 하루 평균 57명을 취업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AI 기반 구인 공고는 일반 공고보다 지원자가 41%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기술 분야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연결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존 방식의 개발자 수요는 줄고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기술 인재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직업의 소멸'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AI가 코딩을 대신하는데 왜 컴퓨터공학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질문 자체가 시대를 거꾸로 읽고 있다.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할수록, 그 코드를 활용해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기술이 쉬워질수록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의 격차는 더 커진다.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한다. IBM은 향후 5년 내 백오피스 업무의 약 30%를 AI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며 채용 축소를 예고했다. 이는 약 2만6000개 직무 중 7800개가 영향을 받는 규모다. 그러나 동시에 AI를 활용한 고차원 업무와 융합형 인재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즉, 단순 기술 수행자는 줄어들지만, 기술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는 더 필요해지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AI의 영향이 단순 노동이 아니라 오히려 고학력·고소득 직무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의 약 12%, 약 341만개가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데, 이 중 상당수가 전문직에 해당한다. 이는 특정 전공을 피한다고 해서 안전해지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 되는 시대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전공을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컴퓨터공학은 더 이상 특정 직업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결합되는 기반 전공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료, 금융, 콘텐츠, 제조 등 거의 모든 산업이 기술과 결합하고 있는 현실에서 컴퓨터공학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역량에 가까워지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공학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만든다. 변화의 방향을 잘못 읽으면, 미래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전공을 피하는 전략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AI 시대는 전공을 무너뜨리는 시대가 아니다. 전공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아니 이전보다 더 강하게 컴퓨터공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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