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류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 분야가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200여년 전 첫 진단이 이뤄졌던 ‘파킨슨병’은 환자수가 1,000만명까지 증가했지만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치매로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도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힘겹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고령화 사회,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여러 부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이에 글로벌 의학·과학계 학자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번 ‘2026 IBS 컨퍼런스’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과 세계적 석학들이 문제의 해답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 쏟아지는 환경독소, 현대인 위협하는 파킨슨병
기초과학연구원(IBS)은 6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2026 IBS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IBS 나노의학연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 차세대 AI, 로보틱스, 나노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해 미래 첨단 의학 분야 연구 및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컨퍼런스의 첫 기조 강연은 랜디 셰크먼 미국 UC버클리대학교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셰크먼 교수는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세포 내 물질 수송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수상했다. 쉽게 말해 세포 안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정확한 목적지로 운송되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 퇴행성 신경 질환의 새로운 치료 개발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랜디 셰크먼 교수의 강의 핵심은 파킨슨병에 관한 것이었다. 셰크먼 교수는 “매년 심장, 암,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감소하고 있지만 두뇌, 특히 신경 퇴행성 및 신경 정신질환은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큰 진전이 없다”며 “특히 파킨슨병이 처음 의학적으로 관찰된 것은 200년 전인데 아직도 증상을 완전히 퇴치하는 것은 물론 늦추거나 치료하는 방법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셰크먼 교수는 최근 환경적 요인이 파킨슨병 환자를 급속도로 증가시킬 것으로 경고했다. 핵심 요인은 ‘환경 독소(Environmental Toxins)’였다. 산업 발전과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유해화학물질, 중금속 등이 대기, 수자원, 식품 등 우리 주변 환경에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파킨슨병연구소(Parkinson's Institute) 연구팀에 따르면 로테논, 파라콰트 등 농약 사용 시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일 뤼베크대학교 신경유전학연구소 연구팀도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에서 살충제, 중금속 등 생활독소가 파킨슨병의 운동 기능 저하 문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셰크먼 교수는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 중 유전자와 관련된 것은 20%에 불가하며 화학업계, 농업종사자들이 이 독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환경 독소의 노출이 높은 중국에서는 향후 50% 이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파킨슨병 환자 1,000만명 시대, “국제협력과 첨단연구 환경 필요”
우려되는 것은 향후 파킨슨병의 발병자 증가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산업 규모, 인구 성장, 도시화 등으로 인한 환경 독소 발생량 증가 때문이다.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산하 국제연구컨소시엄 ‘국제질병부담(GB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파킨슨병 환자 수는 1,176만명으로 추산된다. 1990년 315만명 기준 약 274% 증가한 수치다.
셰크먼 교수는 “전 세계 파킨슨 환자 1,000만명 이상으로 10년 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람들, 농업 종사자들이 이 독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화학물질들을 완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역시 파킨슨병 증가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14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15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부터 최근 5년 기준으로는 연간 13.9~15% 증가한 수치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기후변화’ 역시 파킨슨병 유발의 주요인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CNR) 산하 임상생리의학연구소(IFC) 연구팀은 1990년과 2016년 사이 185개국 파킨슨병 환자 지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온난화 정도가 심한 25개국에서 파킨슨병 발병 통계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현재 추세로 볼 때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부정적 요인은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발병률을 최대한 낮추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셰크먼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국제 협력 연구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셰크먼 교수는 “현재 학계에서는 글로벌 연구이니셔티브 ‘파킨슨병 연구를 위한 과학통합(Aligning Science Across Parkinson's, ASAP)’ 등 과학자들의 연합을 통해 파킨슨병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학계에서는 이 같은 협력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과학자 개인 보상보다는 팀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ASAP 역시 AI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어느정도까지 성과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살펴보는데 굉장히 유용한 도구이며 향후 파킨슨 병 등 신경성 질환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열쇠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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