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고영철 신협중앙회 회장이 적자 구조와 부실 조합 확대라는 부담 속에 불안한 취임 초기를 맞이하고 있다. 고 회장은 부실 조합 정상화와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온뱅크’ 고도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으로 수익 기반 재편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 회장은 “신협은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 자산 건전성 우려,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의 흐름 앞에 서 있다”면서 “위기를 피하지 않고 돌파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부실 조합 회생 △연체율 3% 이하 관리 △유동성 안전망 강화 △AI 기반 디지털 혁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악화…적자 구조 지속
신협은 그간 꾸준한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총자산은 160조5000억원으로 전년(152조8000억원) 대비 5.0% 증가했고, 수신도 145조7000억원으로 5.1% 늘었다.
하지만 속은 곪을대로 곪았다. 외연 확대와 달리 실질적인 체질인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여신 증가율은 0.8%에 그쳤고, 신용사업부문 순이익은 -3381억원, 당기순손실은 32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503억원) 대비 적자 폭은 줄었지만 구조적 개선으로 보긴 어려운 수치다.
신협은 최근 건전성 지표가 일부 개선되기는 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8.36%에서 최근 4.83%로 낮아졌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8.53%에서 5.78%로 하락했다. 이는 약 3조5000억원 규모 부실채권(NPL)을 ‘KCU NPL 대부’를 통해 정리한 영향이 컸다.
KCU NPL 대부는 신협이 만든 부실채권 투자전문 자회사로, 전국 866개 조합의 부실채권을 사후 재정산 방식으로 매입해 연체율 하락과 건전성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부실채권 투자전문 자회사를 통해 재무개선 개선조치를 받은 조합은 2023년 36곳에서 2025년 127곳으로 폭증했다.
경영개선 조치 가운데서도 강도가 높은 ‘요구’의 조치를 받은 조합이 더 빠르게 늘며 부실이 심화됐는데,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권고를 받은 조합은 19곳에서 54곳으로 늘었고, 요구를 받은 조합은 20곳에서 73곳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요구 조합 확대는 부실 수준이 상당히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 “중앙회는 조합 위해 존재”…지원형 체제로 전환
이 때문에 고 회장 체제에서의 중앙회 역할은 올해부터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그간 관리·감독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조합의 충당금 지원과 자본 확충, 부실채권 정리 등을 전면으로 다루는 ‘맞춤 지원형 중앙회’로 탈바꿈한다.
조합 지원 기능 자체도 상당부분 재편했는데, 기존 조직을 △경영지원 △여신지원 △수신지원 체계로 나누고, △경영컨설팅팀 △성장지원팀 △여신기획팀 등을 신설해 현장 지원을 더 촘촘히 했다.
신협은 KCU NPL 대부를 통한 부실채권 정리를 이어가는 동시에 자산관리회사(AMC) 출범을 통해 조합 자본금의 안전 관리 등에 내실을 기할 방침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공동대출 등 위험자산에 대해서는 조기경보와 선제 대응을 통해 추가 부실을 억제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전략 강화에도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총대출의 20% 이내로 제한되고, 부동산·건설업 대출 합산 한도는 50%로 묶인다. 순자본비율 기준도 단계적으로 상향되며, 중앙회 경영지도비율 역시 7%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당국은 현재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 확대를 문제 삼으며 지역·서민 금융 중심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대출 중심 수익 구조는 더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협은 소상공인·서민·생활밀착형 금융 중심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지역 기반 영업과 현장 판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는 자구책도 꺼내들고 있다.
◇ 인터넷은행 대신 ‘온뱅크’…현실적 디지털 전환
고 회장의 또 다른 청사진은 디지털 전환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별도의 인가 추진이 아닌 기존 비대면 채널인 ‘온뱅크’를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전략으로 재편한다.
670만 조합원 기반을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비조합원과 젊은층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신규 인가보다 자본 부담이 적고, 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현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결국 고영철 체제의 핵심은 ‘부실조합 정상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압축된다. 고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위기에 빠진 조합의 적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고 회장의 취임 일성이 어떤 성공 그래프로 이어질지 주목받는 지점이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신협은 재무건전성 정상화와 신뢰 회복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며 “다만 건전성 회복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이를 기반으로 신협의 본질과 미래 경쟁력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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