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절제로 만든 공포… ‘살목지’ 김혜윤이 택한 방식

시사위크
배우 김혜윤이 영화 ‘살목지’로 관객 앞에 선다. / 쇼박스
배우 김혜윤이 영화 ‘살목지’로 관객 앞에 선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혜윤이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로 새 얼굴을 꺼낸다. 물에 대한 공포를 안고 촬영을 이끄는 PD 수인 역을 맡아 감정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공포를 쌓아가며, 기존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인다.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 뒤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다.

단편 ‘함진아비’ ‘돌림총’, 최근 개봉한 장편 ‘귀신 부르는 앱: 영’ 등을 연출한 이상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금기의 공간에 발을 들인 인물들이 겪는 공포를 담는다.

극 중 김혜윤이 연기한 수인은 물에 대한 공포를 지닌 채 촬영팀을 이끄는 인물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고 있으면서도 상황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감정이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중심을 유지하려 한다.

김혜윤은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도 눈빛과 호흡으로 균열을 드러내며 캐릭터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특히 상황이 악화될수록 불안을 드러내기보다 끝까지 눌러 담는 선택은 수인의 책임감과 맞물리며 공포의 결을 바꾼다. 감정의 폭발이 아닌 절제에서 비롯된 긴장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준다.

김혜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드러내지 않는 공포’에 집중했다고 했다. 감정을 외부로 분출하기보다 내부에 쌓아가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미세한 표현으로 긴장을 만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혜윤은 “차분해 보이지만 진정되지 않은 눈빛, 호흡으로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평소 공포 장르를 좋아한다고. ‘살목지’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이었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공포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나도 저런 경험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 공포를 무서워하는데 ‘살목지’가 그랬다. 물론 밤에 저수지에 갈 일은 많이 없겠지만, 홀린 듯이 갈 수도 있는 거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는 거잖나. 그런 공포에 잘 맞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랬고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도 그랬는데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내가 믿는 게 다 현실이 아닐 수 있겠다는 공포감, 계속 거기로 돌아가는 공포감이 매력적이었다. 물이라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도 있었다.”

-수인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나.

“감독님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만들어 나갔는데 애초부터 감독님이 수인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히 있었다. 삶에 찌들어 있고 물에 공포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찌들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죄책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장면부터 생기가 없고 모든 일을 힘들어하는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첫 공포 장르에 도전한 김혜윤. / 쇼박스
첫 공포 장르에 도전한 김혜윤. / 쇼박스

-수인은 공포나 두려움을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었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친구다. 처음 살목지에 도착했을 때 물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소에서 물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에 공포감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한 명씩 캐릭터들이 사라지면서 수인도 사실은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할 텐데, 다른 인물들에 비해 책임감도 강하고 겉으로는 되게 침착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면서 순간순간 여기서 표정으로 놀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소리가 난다거나 큰 액팅이 있기보다 섬세한 눈빛으로 표현하기를 바라셨다. 차분해 보이지만 눈빛이나 호흡은 진정이 안 되는 상태로 보이려고 노력했다.”

-체험형 공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촬영 방식에서도 다른 게 있었나. 

“장비들이 되게 많이 나오는데 물론 내가 드는 실제 그 장비를 드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장비를 이용한 소품들이 되게 신선했다. 처음 미팅하고 리딩할 때 로드뷰 360도 카메라를 보여줬다. 영화가 이런 방향성의 앵글이 나올 거라고 말을 해줬는데 그 장면이 되게 기괴하더라. 그래서 이런 느낌의 내가 느낀 감정들을 관객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중 촬영은 어땠나.

“실제로 물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수중 촬영을 준비하고 훈련했을 때는 조금의 자신감이 있었다. 전작에서도 수중 촬영 경험이 있었거든. 그런데 ‘살목지’는 공포영화다 보니까 엄청 어둡고 물 안에 무서운 소품들도 많아서 무섭더라. 정말 검은 물처럼 보이는 환경이었다. 갑자기 겁이 너무 나기 시작하는 거다. 이 물 안에 진짜 사람인지 소품인지 무서웠다. 그런데 이종원이 너무 능숙하게 잘하더라. 되게 침착하게 해서 이종원을 보고 안정을 얻었다. 안전하게 잘 촬영했다.”

김혜윤이 ‘살목지’의 강점을 짚었다. / 쇼박스
김혜윤이 ‘살목지’의 강점을 짚었다. / 쇼박스

-스릴러, 공포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소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스릴러도 그렇고 공포도 그렇고 긴장감과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계속 끌고 가잖나. 정체가 뭘까, 범인은 누굴까, 긴장감을 쭉 갖고 가다가 결말을 봤을 때 해소되는 쾌감이 좋다.” 

-이종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 봤을 때도 원래 알던 사이처럼 친근하고 편했다. 그리고 (이종원이) 첫 촬영부터 함께하진 않았는데 중간에 합류했는데도 원래 이 현장에 있던 사람 같은 매력이 있더라. 동화도 빨리 되고 그래서 금방 친해지고 가까워지다 보니까 그런 투닥거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

-어느덧 30대다. 달라진 변화가 있나.  

“크게 변화가 있을까 했는데 어떤 심리 변화보다도 몸으로 온다고 느꼈다. 감기에 걸려도 빨리 안 낫더라. 옛날 같으면 베개 자국 같은 게 몇 분 지나면 없어졌는데 지금은 그게 몇 시간씩 늘어나다 보니 신체적인 변화가 크구나 느꼈다.(웃음) 연기적으로는 10년 뒤, 20년 뒤에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내가 성장했었구나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당장은 너무 최근 일들이라 변화했다, 깊어졌다고 느껴지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다음 작품에는 더 깊이 있고 성숙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그래서 내 미래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고 나중에 10년 뒤 돌아봤을 때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 성장으로 느껴질 수 있게 매 작품 배우고 시도하려고 한다. 나중에 봤을 때 변화가 있었구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살목지’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고등학교 때 공포영화를 친구들과 같이 가서 소리 지르면서 봤는데 보고 나서 서로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극장에서 다른 관객과 감정을 소통할 일이 없는데 같이 보는 관객들의 반응에서 오는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극장에서 보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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