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따스한 봄과 함께 국회 앞은 분홍빛 벚꽃으로 물들었다.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가 개막한 3일 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꽃놀이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만개한 꽃을 바라는 시민들의 설레는 표정 뒤에는 불편함이 묻어났다. 즐거운 미소 뒤로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 바로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 때문이다.
부산에서 상경한 지 5년째라는 양정순 씨(63세)는 마스크를 고쳐 쓰며 “벚꽃을 보러 아침부터 나왔는데 미세먼지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산보다 서울이 미세먼지가 많다”며 “미세먼지가 매일 있어 마스크가 항상 입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씨는 “차와 에어컨 사용이 문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시민 각자가 조심하자”고 말했다.
◇ 미세먼지 법안… 봄철에만 반짝
미세먼지는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10만명 당 43명이 사망했다. 이는 회원국 평균인 28.9명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시민들의 고통은 매년 봄마다 반복되지만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22대 국회에 발의된 미세먼지 관련 법안은 5건이다. 하지만 이 중 처리된 것은 지난 2월 14일 만료 예정이었던 ‘미세먼지개선기획단’의 존속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법안 단 1건뿐이다. 나머지 4건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미세먼지개선기획단’ 존속 기간 삭제 △대기오염 배출 시설 운영자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미세먼지 취약계층 보호 대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입법 활동이 미세먼지가 기성을 부리는 봄철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16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 41건을 분석한 결과 고농도 시기(12~3월 기준)에 발의된 법안은 14건, 봄철(3~5월 기준)에 발의된 법안은 20건이다. 미세먼지 가 논란이 될 때만 법안을 쏟아냈다가 이후 방치하는 모습이 매번 반복됐고 그 사이 18건의 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미온한 미세먼지 대책에 국민의 시선도 냉랭하다. 201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38.4%) 비율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20.8%)보다 약 18%p가량 높게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4명이 관련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내영 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은 ‘대기오염원인 분석과 맞춤형 대책 마련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1940년대 심각한 스모그를 경험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사례를 언급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주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강력한 규제 정책을 취해 스모그 피해를 줄였기 때문이다.
매년 봄마다 반복되는 임시방편식 입법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체질까지 개선하는 법안 도입이 시급하다.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는 국가기후환경회의·문화체육관광부가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민여론조사’다. 2019년 10월 29일부터 2019년 11월 6일까지 실시됐고 조사대상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이며 조사결과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2.19%p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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