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KB국민카드가 ‘버티기’에는 성공했지만 순위 경쟁에서는 밀려난 채 2026년을 맞고 있다. 김재관 사장이 취임 직후 꺼내든 무배당이라는 강수는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를 냈지만, 카드업 구조 변화 속에서 국민카드의 위상 약화도 동시에 드러냈다.
◇ “배당보다 자본”…무배당으로 체력부터 키웠다
김재관 사장은 2025년 1월 취임 이후 모회사 KB금융지주에 대한 배당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11년 만의 무배당이다. 이는 단순한 보수 경영이 아니라 금리 상승, 조달비용 확대, 연체율 상승 등 카드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실제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5년 11월 KB국민카드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2024년 5월 하향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자본 지표도 개선됐다. 유형보통주자본(TCE) 대비 유형관리자산(TMA) 비율은 2023년 말 15.7%에서 2025년 6월 말 17.1%로 상승했다.
자산 건전성 역시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0.98%로 1% 이하로 낮아졌고, 부실채권(NPL) 비율도 0.94%까지 개선됐다. 배당 중단과 자산 성장 억제, 내부 자본 축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무배당은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민카드는 전년(4027억원) 대비 감소한 순익에도 1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다. 배당 총액은 2000억8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3503억원) 대비 배당성향은 약 60%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업계에서 순이익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업황 악화 속에서 순이익 감소에 따라 배당 규모를 줄이거나 유지한 신한·삼성카드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특히 현대카드는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향후 리스크 관리를 고려해 배당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국민카드 내부에서는 건전성 지표 개선을 통해 배당 여력을 회복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작년에는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이후 자본비율 등 건전성이 개선되며 배당 여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실적과 배당은 반드시 비례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그러나 시장은 냉정…“버텼지만 밀렸다”
재무 개선과 달리 시장 내 위치는 흔들렸다. 국민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2024년 16.21%, 2025년 16.21%로 2년 연속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성장 정체가 이어진 것이다. 동시에 순이익에서는 경쟁사에 역전당했다.

현대카드는 2025년 순이익 3503억원을 기록하며 3302억원에 그친 국민카드를 앞질렀다. 이로써 과거 3위권을 유지하던 국민카드는 현재 삼성·신한·현대카드로 이어지는 ‘3강 체제’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점유율이 급락하지 않았음에도 순위가 하락한 것은 경쟁사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실적 문제가 아니라 사업 구조 경쟁력 약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 구조적 한계…금리 환경이 드러낸 취약점
국민카드의 수익 구조는 금리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이자수익 비중이 높은 구조는 저금리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조달비용 부담과 연체율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수익성을 압박한다.
여기에 은행 고객 기반에 의존하는 성장 구조도 한계로 지적된다. 안정성은 높지만 신규 고객 확대 속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구조 전환에 속도를 냈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와 데이터 기반 사업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했고, 삼성카드는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대응했다. 같은 카드업이지만 수익 창출 방식이 달라지면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 김재관號의 승부수…법인카드로 반전 노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재관 사장이 꺼낸 돌파구는 법인카드다. 국민카드는 법인카드 이용실적 25조9666억원, 점유율 18.80%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 확대 속에서 점유율은 전년 대비 0.28%포인트(p) 하락했고, 하나카드(16.74%)와 신한카드(16.56%)가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이다.
국민카드는 이에 대응해 기업영업 조직을 전면 재편했다. 기업영업본부를 신설하고 18개 지역 기반 영업 체계를 구축해 현장 중심 영업을 강화했다. 동시에 기업카드 신청·심사 프로세스 고도화와 UI·UX 개선 등 시스템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개인카드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기업·개인사업자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2026년을 ‘성과 창출의 해’로 규정했다. 지난해가 재무 체력을 확보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실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다. 조직 개편 역시 실행 중심으로 재편됐다. 디지털·데이터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영업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성과 창출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바꿨다.
이와 관련해서 국민카드 관계자는 “영업 중심의 조직 구조로 전환해 현장의 실행력을 높이고,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하며 디지털 전환(DT)·AI 기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신사업 영역에 대해서도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개인카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법인카드 시장 역시 경쟁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금리 환경 또한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국민카드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이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느냐다. 무배당으로 확보한 시간은 끝났다. 이제 김재관 사장의 전략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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