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복원 전쟁… 농지법, 왜 다시 ‘투기’ 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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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국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에 대한 점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국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에 대한 점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우리 헌법은 농지에 대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경자유전’ 원칙이다. 그러나 농지 시장 현실은 이 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서 보유하거나, 가족 명의로 쪼개 소유하는 방식, 형식적인 경작으로 처분 의무를 피하는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제기돼 왔다. 법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 농지 활용 유연화 유지하되 ‘투기’엔 선 긋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국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농지의 소유와 이용 실태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계획으로, 투기 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과 농지 시장 왜곡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농지법 개정 논의가 임대차 확대와 활용도 제고에 무게를 두고 진행돼 온 흐름을 고려하면 농지를 둘러싼 ‘투기 문제’를 다시 정책 전면으로 끌어올린 조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지대장,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등 개별 자료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종합적으로 연결해 농지 이용과 소유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31일 브리프에서 이 같은 통계·관리 체계의 한계를 짚으며 전수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조사 이후 관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된다.

현장의 집행력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농지 처분제도가 법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집행의 실효성이 낮고, 읍·면·동 단위 행정 인력만으로는 현행 실태조사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제도 자체보다 집행 구조의 한계가 더 큰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까지의 입법 흐름은 농지 이용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24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국회에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들은 고령 농업인의 임대차 허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농촌 체험·관광시설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농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유휴농지 증가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농지를 묶어두기보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입법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농지법 개정 논의는 활용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투기 수요 차단과 관리 강화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최근 농지법 개정 논의는 활용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투기 수요 차단과 관리 강화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하지만 최근 농지 관련 입법 흐름은 ‘전환’보다 ‘보완’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전수조사 방침이 공식화된 이후 발의된 개정안은 농지 활용을 넓히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투기 수요와 편법 보유에 대해서는 보다 강하게 대응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지 않는 경우 처분을 의무화하고, 가족이나 특수관계인을 통한 우회 보유를 차단하는 한편, 실태조사와 관리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농지가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실제 농업인이 농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활용 확대만으로는 농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투기 수요를 통제하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더해 농지 이용과 소유를 둘러싼 위법적 관행이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누적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수조사가 일시적인 단속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조사 과정에서 농지 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나, 임차농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농지 정책이 투기 억제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현장의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지를 둘러싼 논쟁은 경자유전 원칙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것인가로 정리된다. 그동안 농지 정책이 활용 확대에 무게를 두며 유연화 흐름을 이어왔다면, 최근 움직임은 그 전제였던 관리와 집행의 공백을 다시 점검하는 데 가까워 보인다. 농지 이용을 넓히는 방향은 유지하되 투기 수요와 편법 보유로 인해 가격이 왜곡되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관건은 제도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존재하는 규정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수조사가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이후 처분과 관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농지 이용의 유연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향후 농지 정책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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