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오는 6월 3일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날이자, ‘농아인의 날’이다. 선거 때마다 ‘장애인 참정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올해도 현장 수어통역사 없이 화상통화에만 의존해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 오는 6월 지방선거, 현장 배치 수어통역사 ‘0명’
선거현장은 여전히 음성 안내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청각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선거 과정에서의 안내 방송이나 투표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음성으로 전달받기 어렵기 때문에 수어통역사를 통한 정보 제공은 사실상 필수적이다.
3일 시사위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취재한 결과, 올해 지방선거에 배치되는 영상통화 수어통역사는 200명으로 예정돼 있다. 이는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투표소 현장에 배치되는 수어통역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즉, 청각장애인 개인이 투표소를 찾을 경우, 영상통화를 통해서만 제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선거 현장에 배치된 수어통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에는 사전 투표 현장에 전국 기준 30명의 수어통역사가 배치됐고, 본투표일에는 화상통화 수어통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모든 투표 현장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2022년 지방선거에는 전면 화상통화 수어통역 방식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화상통화 수어통역사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서비스는 투표소에 비치된 QR 코드를 통해 수어통역사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첫 도입됐다. 그러나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200개 지역에만 통역사가 배치돼, 나머지 26개 지역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은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약 2,500명의 수어통역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인력 부족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 수어통역센터 중앙지원본부 하상필 과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예산적인 부분에서 (영상통화 수어통역사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200명으로 고정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청각장애인의 몫이다. 비장애인은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투표소를 찾을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은 보통 사전투표가 이뤄지는 금요일에 지역별 수어통역센터에 모여 통역사와 함께 선거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이날을 이용하지 못하고 혼자 투표소를 찾을 경우, 영상통화에만 의존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상필 과장은 “지방선거는 여러 명을 선출해야 하는 구조라 장애인 당사자들이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화상으로 설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고령의 유권자가 ‘어떻게 투표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말로 설명해도 이해를 장담하기 어려운데 이를 수어로 전달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장애인이 원하는 거지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시간에 투표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은 사회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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