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 달 새 유가 63%↑…산업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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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중동 전쟁이 발발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국제 유가가 60% 넘게 폭등하며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전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1일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2.87달러였던 ICE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 달 만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118.3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 달 사이 약 63% 폭등한 수치로, 전쟁 발발 직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가격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가 충격은 국내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에 돌입했다. 최근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여수산단 내 주요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정유업계는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에 대비해 러시아 등 대체 수급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두 배 이상 뛴 유류할증료 탓에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해운업계는 단기적인 운임 상승 수혜를 입고 있으나 장기적 물동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중동 노선 운임은 1TEU당 3728달러로 전쟁 전보다 2.8배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코리아

더 큰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의 정상화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행사에서 “우리는 이란을 곧 떠날 것이며, 그러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라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선 “이용하는 나라들이 직접 열면 된다”며 개입 중단 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쟁 관련 도움을 주지 않은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행료 징수를 예고한 상태다. 이란 의회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최근 해협 통과 허가 선박에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행료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행료 징수가 이뤄진다면 해운사 입장에서 우회와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항해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제 질서를 흔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조기 이탈과 이란의 선별적 해협 통제가 동시에 실현되는 경우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국내 구조상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 차질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원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유가 충격으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통행세의 실제 집행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이 실제 통행세를 징수할 가능성은 낮지만, 친미 국가에 대해 선별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해협 문제는 관련국들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화상 회의실에서 ‘중동 전쟁 관련 자원 공급망 확보 상무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계속되는 고유가 상황에 정부도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전 세계 상무관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관장이 참여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원유·나프타 수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실행 가능한 대체 수입선 발굴에 주력해달라”고 각국 상무관 및 무역관장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산업부는 이날에는 ‘석유화학 업계 수급 안정 및 공급망 점검회의’을 열고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 및 화학기업 대표를 만나 석유화학 업계의 나프타 수급 및 석유화학제품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번 추경에서 4695억원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을 지원하고, 수출 제한 조치 등 공급 확대 조치를 추진한다. 시장 불안을 틈탄 유통질서 교란 행위에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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