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내해야 할 몫”… ‘끝장수사’ 배성우의 태도

시사위크
배우 배성우가 영화 ‘끝장수사’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배성우가 영화 ‘끝장수사’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배성우에게 영화 ‘끝장수사’는 단순한 복귀작 이상의 의미다. 논란 이전에 완성된 작품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더 큰 책임과 무게가 더해졌다. “모두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는 말처럼 그는 자신의 몫을 담담히 짊어지려 했다.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형사 재혁(배성우 분)이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힌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 분)와 서울로 끝장수사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수사극이다. 

2019년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배우의 음주운전 논란까지 겹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7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배성우는 인생도 수사도 꼬일 대로 꼬여버린 베테랑 형사 재혁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특유의 리듬감과 생활감, 유쾌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밀고 나가며, 강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는 유연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촬영 당시 그가 가장 크게 붙들었던 질문은 하나였다.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를 어떻게 다르게 설득할 것인가.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현실에 발붙인 인물을 완성하는 것, 그 고민은 캐릭터를 구현하는 방식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 전반으로 이어졌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배성우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부터 캐릭터를 구축해 간 과정,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공백기를 지나 다시 관객 앞에 서기까지의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개봉 소감은. 결과물은 어떻게 봤나.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일단은 먼저 든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죄송한 마음도 들고 그렇다. 만드는 사람이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은 만큼 관객이 즐거울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되게 즐거운 기억이 있다. 시사회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 걸 떨려 하는데 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 처음 관람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면 공기가 느껴지더라. 그걸 확인해 보고 싶어서 이번에 함께 보게 됐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공감해 주는구나 싶기도 하고 이 부분에서는 부족했구나 느끼기도 하고 그랬다. 아쉬운 마음과 다행이라는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떤 매력을 느꼈나. 

“되게 단순하게 체육관에서 시작하잖나. 갑자기 일대일로 한번 해보자고 하고 비겁하게 시작한다. 일단 그 첫 장면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뒤에 사건이 흥미롭더라. 실제 사건이라고 하면 작품을 대할 때 조금 더 기대기가 좋잖나. 일단은 일어난 일이니까 그런 것에서 조금 더 마음이 열렸다. 전형적이라는 것은 신선하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 안에서 최대한 변주를 해보자고 했다. 감독님에게 의견도 많이 내고 현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해가면서 찍었다.” 

배성우가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가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가 가진 강점이 잘 묻어난 캐릭터였다. 구축 과정은. 

“실제 나와는 많이 다르긴 한데 장르 특성이나 포지션상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내 실제 모습이 많이 들어가게 된 것 같다. 배우로서 개성이 드러나는 연기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역할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밌지만 배우의 개성이 들어가 있는 연기를 볼 때도 즐기는 편이라서 이번에도 그런 의도를 했다.”

-재혁을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로 완성하기 위해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당시 진짜로 전형적이니까 전형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글로만 보면 내가 그전에 했던 형사 중에서도 비슷한 형사가 있었거든. 그 시기 ‘라이브’를 찍은 후였다. 드라마는 분량이 더 많잖나. 오랫동안 경찰로 연기했고 설정도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사람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최대한 잘 표현이 된다면 기시감이 들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전형적이지 않게 하려고 의도하는 게 안 들켰으면 좋겠다였다. 그래서 나의 개인적인 표현적인 부분들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나 싶다. 또 캐릭터보다 이야기 자체에 대한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지, 실제 형사님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다.”

-의상 도움도 컸을 것 같다.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

“그 당시에 형사님들이 등산복 같은 것을 많이 입고 다녔다. 재킷 같은 걸 입거나.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내가 전에 형사 역할을 한 적도 있고 너무 비슷한 느낌이 들 것 같더라. 패션이나 의상을 잘 모르는데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특이하게 가보면 어떨까 의견을 냈다. 아예 한 벌로 끝까지 가자는 의견을 냈는데 그건 너무 지루할 것 같다고 해서 트레이닝복과 카고바지를 입었다. 그 당시에는 카고바지를 입지 않았다. 옛날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카고 바지에 청재킷을 입었다. 트레이닝복 위, 아래 색깔이 미세하게 다른 건 의상 실장님 아이디어다. 아주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감독님도 입혀놓으니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가게 됐다.”

흠잡을 데 없는 호흡을 보여준 정가람(왼쪽)과 배성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흠잡을 데 없는 호흡을 보여준 정가람(왼쪽)과 배성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수사극 속 톤 조절과 연기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했나.

“실제 사건만 보면 굉장히 심각한 사건이거든. 감독님이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조금 더 재미를 주고 투자받기도 유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가벼운 터치를 많이 넣었다고 하더라. 내가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도 가벼운 터치들이 많이 있었다. 형사 코미디가 워낙 많으니 고민이 되기도 했다. 사건 자체도 희화화될 수 없고 캐릭터들이 너무 가볍게 가버리면 도덕적인 걸 차치하고라도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위트가 들어가 있되 코미디로는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건이 의외로 촘촘한데 그것만 따라가다 보면 딱딱할 수 있으니까 생활감을 넣었고 위트도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본모습과 비슷한 부분도 많이 생기고 그랬던 것 같다.”

-재혁과 중호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했다. 감독, 정가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다른 배우들보다 먼저 캐스팅이 돼서 시나리오에 대해 감독님과 의견을 많이 나눴는데 중호 캐릭터에 대해 특히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정가람이 와서 표현을 할 때 우리가 생각한 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케미스트리라고 하는 것은 둘이 그냥 같이 있을 때 그 공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잖나. 이런 장르에서 캐릭터 라이징을 너무 심하게 해서 여기에 또 갇혀버리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많이 열어놓고 다가갔던 것 같다. 정가람이 순박하고 예의도 바르면서도 귀여운 부분이 있어서 사석에서도 즐겁게 잘 지냈다. 그런 모습들이 조금이라도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

-조한철·윤경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조한철과는 서로 만들어갔다. 기싸움하는 장면 같은 경우도 계획이 돼 있지 않은데 서로 받으면서 막 찍었던 것 같다. 찍을 때 굉장히 즐거우면서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는데 그런 긴장감도 즐거웠다. 윤경호는 ‘완벽한 타인’을 보고 나서 되게 친근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섭게 나와서 놀랐다. 이런 면이 있구나 싶었다. 그때는 윤경호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았다. 물론 적진 않았는데 캐릭터가 될 정도로 그런 건 아니었고 조금 더 진지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배성우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공백기 동안 느낀 점은 무엇인가. 지금의 마음가짐,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내가 그냥 잘못한 것이라서 모두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거다. 이건 내 일이라서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살아가는 것에서도 조금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그것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이 되지만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작품에 임하는 방식은 연극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생각으로 이어져 왔다고 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고를 때도 관객이 본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독이든 창작자든 결국 관객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웃기든, 무섭든, 슬프든 어떤 형태로든 재미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연기라는 것은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만, 관객은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보면서도 그 대신 재미있게 이야기해 달라는 기대를 갖는다. 그것이 꼭 작품 안에서만이 아니라, 본체가 누군지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사람 자체가 어떤 사람인가’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작품을 고를 때도 나 역시 관객이기 때문에, 내가 봤을 때 설득이 될 수 있을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나. 

“배우를 시작하면서 큰 고민을 하진 않았다. 어린 시절에 너무 재밌을 것 같고 하는 것도 즐거우니까 시작했는데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계속 이 일을 하게 됐던 것 같다. 특별한 것 없이. 그런데 하다 보니까 보러 오시는 분들이 시간도 내고 돈도 내고 오는데 재미도 뭐도 없이 그냥 가면 너무 죄송한 거다. 그 생각이 사명감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것에 가까운 마음이 됐다. 항상 그 생각은 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거창하게 ‘계속 그 마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런 게 아니라, 잘못한 부분도 있고 그래서 어려움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능력 안에서 그냥 그렇게 하게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이다.”

-이 영화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낭만적인 부분도 있고 레트로한 콘셉트 자체도 즐길 수 있지 않나 싶다. 오랜만에 개봉하지만 최대한 올드하지 않게 노력을 했다. 전형적이지만 전형적이지 않고 그 안에서 개성이 있고 낭만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버디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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