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론’·‘친문 책임론’… 확산하는 ‘민주당 갈등’

시사위크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 논란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유 작가가 지난 2023년 12월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 논란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유 작가가 지난 2023년 12월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 논란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ABC론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세 그룹으로 나눈 것으로, A는 가치에 기반을 둔 그룹, B는 이익 중심, C는 A와 B의 교집합으로 가치와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그룹이라고 유 작가는 표현했다.

이러한 유 작가의 주장은 검찰개혁과 조국혁신당 합당 추진,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 등으로 지지층이 분열된 상황에 기름을 부은 모습이 됐다. 유 작가의 주장 이후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방이 심화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도 유 작가의 주장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 민주당 내 비판 쇄도… 지지층은 ‘갈등 폭발’

유 작가의 ABC론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나왔다. 유 작가는 A를 가치에 기반을 둔 그룹으로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이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모두 지지하는 그룹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A그룹에 대해 “(대통령이) 욕먹을 때 지켜준다”고 말했다. 

유 작가의 주장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B그룹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는 이 그룹에 대해 이익에 중점을 뒀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상황일 때는 확장됐다가 지지율이 하락하면 제일 먼저 떠난다고 규정했다. 유 작가는 “지금은 ‘친명(친이재명)’이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돌을 던진다”고 했다. 특히 이언주 최고위원에 대해 전형적인 B그룹에 속한다며 “이익이 되는대로 옮겨 다니면서 살아온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C에 대해선 가치와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그룹으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이 그룹에 속한다고 했다. 끝으로 유 작가는 “너무 A를 편들지도 말고, B를 편들지도 말고, C를 많이 응원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유 작가의 주장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25일 YTN 라디오에서 분열·갈등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분석이라며 “별로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람을 그렇게 무 자르듯이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산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유 작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김 총리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서 “경제·정치 등을 일류·이류로 나눈 시기가 있고 국민을 ABC로 나누기도 하지만, 국민·기업·정부도 힘을 모으고 실용·민주의 길, 개혁·중도 통합의 길로 가면 우리의 소명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나누기보단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민주당 내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에선 유 작가의 주장으로 분열이 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지층 중심으로 이뤄진 한 커뮤니티에선 “유시민이 옳았다” 등의 글이 올라오며 유 작가를 옹호하고 있다. 특히 B그룹과 특정 인사 이름을 조합한 멸칭도 등장했다. 이 최고위원을 ‘B언주’, 한준호 의원을 ‘B준호’로 칭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선 “ABC 갈라치기론” 등 유 작가 비판이 이어졌고, 유 작가를 ‘B시민’으로 표현한 글도 있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2022년 대선 패배에 대해 ‘친문(친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하며 친문계가 반발했다. 사진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2일 충남 천안시 다가동 민주당 이규희 천안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2022년 대선 패배에 대해 ‘친문(친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하며 친문계가 반발했다. 사진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2일 충남 천안시 다가동 민주당 이규희 천안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송영길, ‘친문 책임론’도 논란… 다시 ‘계파갈등 조짐’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친명계로 분류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2년 대선 패배에 대해 ‘친문(친문재인) 책임론’을 거론하자 계파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과 관련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친문 세력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밀기 위해 조직적으로 터트렸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그는 “이재명을 반대했던, 저를 반대했던 소위 친문 세력, 누구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지만, 상당수가 선거 운동을 안 했다”며 “이낙연부터 안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친문계는 즉각 반발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치인이 갈라치기나 분열의 언어를 쓰는 건 좋지 않다”며 “정치가 덧셈의 정치가 돼야지 뺄셈 정치할 거면 정치를 뭐 하러 하겠는가”라고 직격했다.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도 페이스북에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 말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의 실패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하며 “후배들은 선배들을 보며 배운다. 롤 모델의 길을 가시겠나.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시겠나”라고 저격했다.

그간 친명계와 친문계의 계파갈등 양상은 지난 2024년 총선 이후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발언과 친문계의 반발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모습이 됐다. 

특히 정치권에선 현재 민주당 내 갈등이 ‘6·3 지방선거’ 이후 치러지는 8월 전당대회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는 인사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기 때문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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