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라온 인상적인 만화 한 편이 있었다. ‘급양만와’라는 작가가 그린 웹툰이었다. 만화에선 공룡이 아기가 태어나기 전 영혼을 돌봐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물론 웹툰처럼 공룡이 아이들을 돌봐줬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이 공룡에 열광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진리다. 이제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유치원생들은 성인도 기억하기 어려운 공룡의 학명을 줄줄 외운다. ‘스피노사우루스 아이깁티쿠스’ 등 긴 이름의 공룡은 발음하기조차 어렵다.
공룡이 단순 거대한 생물이라 아이들이 흥미를 느낀다고 하기엔 설명에 한계가 있다. 현대에도 ‘흰긴수염고래’나 ‘코끼리’, ‘기린’ 등 공룡보다도 큰 생물들이 많다. 하지만 공룡과 인기를 비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공룡에 열광하는 것일까,
◇ 상상과 현실의 경계, ‘공룡’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아이들의 ‘공룡 사랑’은 아동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과학계에서 연구가 지속되는 주제다. 아쉽게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이 나온 것은 없다. 다만 각 연구를 살펴보면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과 연결된 상상’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디나 스콜닉 와이스버그 미국템플대 심리학과 교수가 2007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상상과 현실 세계 지식과 결합, 더욱 풍부한 허구의 세계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한다. 이때 공룡은 화석을 통해 현실에 존재한다. 동시에 멸종으로 지금은 볼 수 없다. 따라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공룡은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완벽한 소재다.
어려운 지식의 축적 과정도 아이들이 공룡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211명의 4세 유아를 대상으로 공룡, 자동차 등의 지식 습득 과정에 미치는 요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동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부모, 친구 등 상대방과 공유·의사소통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남아가 여아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아이들이 공룡 등 특정 대상에 깊게 빠지는 ‘집중적 관심(intense interest)’의 형성과정에 있다. 공룡은 종류가 다양하고 분류가 학술적으로 잘 돼 있다. 또한 한 종을 알게 되면 다른 종도 자연스럽게 학습 가능한 ‘확장적 학습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아이들은 놀이와 학습을 결합, 공룡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으며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린이 공룡박사’가 많은 이유다.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놀랍게도 공룡, 자동차, 동물의 이름 등 전문적으로 분류된 범주의 지식과 개념은 아이들도 학습 및 숙달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전문 분야의 하위 범주에 대한 지식 학습은 장난감 트럭이나 공룡을 가지고 놀거나 그룹 간 놀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계층적 사고의 네트워크 형태로 머릿속에서 조직한다”며 “그 결과, 단순한 관심을 넘어 정보 기억·이해·검색 능력까지 향상되는 초기 전문성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 공룡, 아이들의 인지발달과 학습에도 도움 준다
이 같은 아이들의 공룡사랑은 유아기 인지발달을 자극하는 촉매로도 작용할 수 있다. 미국 탬파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은 지난해 4~9세 아동을 대상, 공룡 박물관 전시 관람 후 호기심과 기억력을 평가했다. 실험 방법은 박물관에 전시된 트리케라톱스 화석에 대한 10가지 지식을 학습시킨 후, 평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시회 방문 10일 뒤,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룡 관련 지식 기억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호기심 수준이 높을수록 공룡 관련 사실을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종합하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작용하는 공룡 화석, 박물관 체험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돼 아동 기억력을 향상시켰다.
아동의 학습 능력 강화의 도구로도 공룡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교육학과 연구팀은 12세 학생 366명을 대상으로 핀란드 공룡과학센터를 방문하게 했다. 그 다음 6개월 동안 학생들의 인지 능력, 학습 성취 및 흥미도, 동기 유발 등을 검사했다.
연구 결과, 공룡센터 전시회 방문은 학생들의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와 인지능력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동안 학업 성취도가 가장 낮았던 집단에서는 공룡 전시 참가 후, 지식 평가 점수가 높아진 결과가 나타났다. 즉, 공룡센터를 방문한 후 과학 분야 학습에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시절은 보통 4살에 최대치를 이루고 점점 낮아져 ‘공룡기’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가 오면 공룡에 대해 잊지만 나중에 그와 관련된 학과를 들어가거나 연구를 하며 다시 관심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공룡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현재 볼 수 없는 미지의 과거 생물이라는 것이 강한 호기심을 유발한다”며 “때문에 아이들이 공룡에 대해 굉장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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