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대구를 사수할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당연시되던 공식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싼 당내 잡음에 더해 여당이 ‘김부겸 카드’를 꺼내 들 태세를 갖추면서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 그나마 승리를 기대해 볼 만했던 대구에서조차 분위기를 잡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25일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 공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22일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왔던 만큼, 이러한 공관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관위의 ‘재고’를 요청하며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천에 대한 기준과 근거를 따져 묻는 당내 비판에 대해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반박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공천은 흔들린 것이 아니라 일부러 흔든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에 따른 공천이었음을 강조했다. 기득권을 없애고 경쟁 가능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준’이 없다는 비판과 달리 오히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강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이정현 공관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주호영 의원은 공관위의 결정과 관련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후보 개인의 문제 차원을 넘어 보수 진영 전체의 분화 양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국민의힘에게 치명적이다. 주호영 의원의 ‘무소속 출마’ 시나리오와 함께 한동훈 전 대표와의 ‘보수 재건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 가상 대결서 김부겸 우위… 휘청이는 대구
문제는 내부 상황 뿐만 아니라 ‘외풍’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야당의 혼란을 틈타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30일 김 전 총리가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총리의 경우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후보 출마 후 낙선했으나 40.33%라는 이례적 득표율을 얻었다. 지난 2016년에는 민주당 후보로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 전 총리 등판에 여당의 기대와 야당의 불안이 교차하는 이유다.
이날 김부겸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군과 가상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것도 야당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다. 영남일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총리(47.6%)는 추경호 의원(37.7%)과 9.9%p 차이를 보였다. 김 전 총리는 윤재옥 의원과 47.6% 대 32.9%, 유영하 의원과 49.3% 대 33.2%였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는 50.3% 대 27.1%, 홍석준 전 의원과는 51.1% 대 26.4%, 최은석 의원과는 51.7% 대 26.0%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선 컷오프를 당한 이진숙 전 위원장만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보였다. 김부겸 전 총리가 47.0%, 이진숙 전 위원장이 40.4%로 나타나면서다. 김 전 총리와 주호영 의원은 45.1% 대 38.0%를 기록했다.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에 비해 격차가 줄어들긴 했으나 보수세가 강한 지역임을 고려한다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대구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12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해 “이게 이길 사람을 세우는 공천인가”라는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혼란을 진화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불만을 가진 후보들에게는 ‘선당후사’ 자세를 당부하고 공관위 결정에 힘을 실었다. 녹록지 않은 TK(대구·경북) 민심은 선거 국면에서 결집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KBS ‘사사건건’에서 “공천이 마무리되면 대구 시민들이 권력의 균형을 잡아주실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