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태고의 끌림①] 1억년 전, 지구를 지배한 ‘슈퍼스타’

시사위크
6,500만년 전 멸종했지만 공룡은 가장 인기있는 동물이다. 지구상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대형생물종 중 하필 공룡이 유독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시사위크’에서는 공룡을 둘러싼 과학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보고자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6,500만년 전 멸종했지만 공룡은 가장 인기있는 동물이다. 지구상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대형생물종 중 하필 공룡이 유독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시사위크’에서는 공룡을 둘러싼 과학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보고자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The Dinosauria, a distinct tribe or sub-order of Saurian Reptiles.”

(공룡, 기존 파충류와 구별되는 독특한 하나의 분류군)

-Richard Owen (1842)-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1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슬러 최근 세간을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다. 새로운 한국 공룡의 발견이다.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이 공룡의 이름은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다. 한국에서 발견된 세 번째 공룡 소식에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

약 6,500만년 전 멸종한 공룡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장난감과 그림책, 교과서, 영화, 박물관을 넘나들며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이번 둘리사우루스 발견 소식처럼 신종 발견 소식이 들려오면 크고 작은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왜 하필 ‘공룡’일까. 지구상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대형생물종 중 하필 공룡이 유독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이 공룡의 이름은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다. 한국에서 발견된 세 번째 공룡 소식에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관심이 집중됐다. / Fossil Record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이 공룡의 이름은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다. 한국에서 발견된 세 번째 공룡 소식에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관심이 집중됐다. / Fossil Record

◇ ‘무서운 도마뱀’의 등장

2001년, 전 세계 극장가는 아이들의 울음바다가 됐다. 영화 ‘쥬라기공원3’ 때문이었다. 당시 영화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스피노사우루스와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패배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불렀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뛰어나진 않았으나, 이 장면 하나로 쥬라기공원 시리즈 중 가장 낮은 관객 평점을 받았다.

이 사례는 지금 보면 다소 재밌는 이야기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공룡이라는 생물이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룡은 왜 인기가 많은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공룡이 어떤 존재인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공룡이란 용어를 처음 정립한 것은 1842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Richard Owen)이다. 그리스어로 ‘무서운’이라는 뜻인 ‘δεινός(데이노스)’와 ‘도마뱀’을 뜻하는 ‘σαύρα(사우라)’를 합친 말이다. 당시 오언은 영국에서 발견된 오래된 파충류 화석을 연구하고 있었다. 도마뱀과 악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고대 육상 파충류를 발견, 이를 공룡으로 명명한 것이다.

공룡이란 용어를 처음 정립한 것은 1842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Richard Owen)이다. 그리스어로 ‘무서운’이라는 뜻인 ‘δεινός(데이노스)’와 ‘도마뱀’을 뜻하는 ‘σαύρα(사우라)’를 합친 말이다. 사진은 무서운 공룡의 대명사인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공룡이란 용어를 처음 정립한 것은 1842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Richard Owen)이다. 그리스어로 ‘무서운’이라는 뜻인 ‘δεινός(데이노스)’와 ‘도마뱀’을 뜻하는 ‘σαύρα(사우라)’를 합친 말이다. 사진은 무서운 공룡의 대명사인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름에 ‘도마뱀’이 들어가지만 공룡은 사실 일반적인 파충류와는 거리가 조금 멀다. 약 2억3,0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처음 등장한 공룡은 전통적으로 ‘지배파충류(Archosauria)’로 분류된다. 쉽게 말해 악어와 새의 공통 조상 쪽에서 갈라져 나온 특별한 무리, 즉, ‘공룡’이라는 종 그 자체란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공룡이라 분류된 종들 자체에서도 매우 큰 생물학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은 ‘공룡 피의 온도’다. 일반적으로 공룡의 친척인 악어는 피가 차가운 ‘냉혈동물’이다. 반면 또 다른 공룡의 친척인 새는 피가 따뜻한 ‘온혈동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이 202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공룡의 경우엔 이 두 동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은 공룡, 익룡, 해양파충류 등을 포함 멸종된 30종과 현생 동물 25종의 생물 대퇴골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공룡은 체온이 평균 42도로 현대 포유류(약 36.5도~37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함되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대표적인 공룡종들이다.

반면 예외도 있었다. 엉덩이뼈 모양이 새와 비슷하지만 네발로 걷는 ‘조반목’ 공룡은 신진대사율이 낮아 냉혈동물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트리케라톱스나 스테고사우루스 등 대형초식공룡류가 포함됐다. 즉, 같은 공룡종 내부에서조차 냉혈종과 온혈종 구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룡이 장편 영화로 등장한 최초의 사례는 ‘잃어버린세계(1925)’다. / 유튜브 영상 캡처
공룡이 장편 영화로 등장한 최초의 사례는 ‘잃어버린세계(1925)’다. / 유튜브 영상 캡처

◇ 문화를 바꾼 ‘태고의 지배자’

이처럼 분류 자체가 어려운 공룡은 호기심과 공포감,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과거 사람들은 공룡의 화석을 용이나 거인, 괴물의 흔적으로 여겼다. 고대 중국 지역에선 공룡 화석을 용의 뼈, ‘용골(龍骨)’이라 부르며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공룡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등장하면서 관련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콘텐츠는 단연 영화였다. 공룡이 장편 영화로 등장한 최초의 사례는 ‘잃어버린세계(1925)’였다. 당시 관람객들에게 있어 스크린 속에 등장한 거대한 공룡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1993년 영화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영화가 등장한다. 바로 ‘쥬라기공원’이었다. 마이클 클라이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제작비 6,300만달러(약 950억원)에 수익 10억2,900만달러(약 1조5,423억원)의 흥행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영화 반열에 올랐다.

1993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은 영화산업과 문화 전반에 공룡 열풍을 몰고왔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CG)’이 영화와 광고 등 모든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 영화 장면 캡처
1993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은 영화산업과 문화 전반에 공룡 열풍을 몰고왔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CG)’이 영화와 광고 등 모든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 영화 장면 캡처

쥬라기공원이 바꾼 것은 영화 산업만이 아니었다.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CG)’이 영화와 광고 등 모든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엔 모형이나 인형탈을 쓴 사람, 스톱모션으로 공룡을 묘사하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과감히 CG도입을 결정, 실감나는 공룡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스톱모션 특수효과의 장인 필 티펫이 CG로 걷는 공룡을 보고 “이제 우린 멸종했군.”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쥬라기공원으로 시작된 공룡의 인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난감’ 시장에서 공룡은 영원한 인기스타로 꼽힌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리처시 인텔로’에 2024년 기준 공룡 모형 장난감 시장 규모는 10억5,000만달러(약 1조 5,734억원)으로 추산된다. 오는 2033년엔 연평균 성장률 6.5%로 18억7,000만달러(약 2조 8,02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울러 공룡은 장난감, 영화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연구팀은 문화산업 관점에서 쥬라기공원이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쥬라기공원에서 등장한 공룡의 매력은 박물관 방문 증과, 공룡 관광 활성화, 유적지 방문 증가 등 대중 효과가 유발됨을 확인했다.

연구 책임자인 에멧 맥러플린 웨일스 관광연구센터(WCTR) 연구원은 “쥬라기 공원은 공룡을 과학적 대상에서 ‘문화·관광 자원’으로 전환시켰다”며 “기존의 느리고 둔한 파충류의 이미지를 가진 공룡은 영화를 통해 지적이고 빠른 생명체로 변화했고 이는 대중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공룡 관련 문화 콘텐츠, 관광 수요 증가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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