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장기화①]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은

시사위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란의 ‘화학무기(Chemical weapon)’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과거 중동 지역 전쟁, 테러 사례를 보면 대량 살상이 가능한 화학무기가 종종 사용된 바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란의 ‘화학무기(Chemical weapon)’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과거 중동 지역 전쟁, 테러 사례를 보면 대량 살상이 가능한 화학무기가 종종 사용된 바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4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전쟁 양상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내 완전 개방하지 않을 시 발전시설을 초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공격 대상이 양측 군사시설에서 에너지 시설, 더 나아가 핵시설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이란의 ‘화학무기(Chemical weapon)’ 사용 가능성이다. 과거 중동 지역 전쟁, 테러 사례를 보면 대량 살상이 가능한 화학무기가 종종 사용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경우, 화학무기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 전쟁 장기화에 화학무기 등장 우려… 전문가들, “가능성 매우 낮아”

이란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주장은 미국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The 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FDD)’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서방 동맹국은 이란이 오랫동안 불법적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해 왔다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FDD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다. 당시 이란 당국은 강경 진압을 진행, 반정부 시위 관련 사망자가 3,117명에 달하는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이란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反)이란 정부 성향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에서 올해 1월 8일 이란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 과정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위험 화학물질용 방호복을 착용한 이란 정부군이 차량 위에 위치한 모습이 담겼다. 또한 해당 차량에는 위험물질을 나타내는 노란색 삼각형 경고 표지가 붙어있었다.

지난 1월  이란 테헤란에서 촬영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이란 반정부 시위 현장./ AP뉴시스
지난 1월  이란 테헤란에서 촬영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이란 반정부 시위 현장./ AP뉴시스

보고서 저자인 안드레아 스트리커 FDD 핵확산방지 프로그램 부국장은 “여러 단체에서는 1월 이란 테헤란에서 발생한 시위대 유혈 진압 과정에서 위험 화학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주장한다”며 “최루탄과 같은 진압용 화학물질(RCA)가 아닌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분무형 화학물질 등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이는 화학무기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화학무기 분야 전문가들은 이란이 화학무기를 전쟁에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대단히 낮다고 보고 있다. 이란의 경우 현재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정식 가입국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1993년 국제 화학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한 후, 1997년 비준해 OPCW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OPCW 회원국은 화학무기 보유 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국제 사찰을 수용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하는 법적 의무도 진다. 즉,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란이 화학무기를 전쟁에서 사용하는 것은 외교적·전략적으로도 별다른 효용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OPCW 과학기술자문위원인 정근홍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OPCW의 정식 가입국으로서 그동안 화학무기 금지 체제 내에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외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현재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란이 선제적이거나 공세적인 목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란은 화학무기 사용국이 아닌 ‘피해국’이기도 하다. 1980~1985년 진행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는 이란을 상대로 여러 차례의 화학전을 벌였다. 당시 이란이 피해를 받은 화학무기는 ‘사린(Sarin) 가스’였다.

사린은 무색·무취의 신경가스다. 신경세포의 활동을 관장하는 ‘시냅스’를 마비, 중추신경계와 부교감신경에 손상을 입힌다. 청산가리의 약 500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진 치명적 독소로, 현재는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화학무기다.

정근홍 교수는 “이란은 과거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화학무기 공격으로 막대한 사상자를 낸 역사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극단적인 수세(최후의 보루)에 몰리지 않는 이상, 이란이 스스로의 국제적 명분을 저버리고 화학무기를 먼저 꺼내 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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