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보험업계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며 전통적인 업무 구조를 바꾸고 있다. AI가 상담용 챗봇을 넘어 보험 설계부터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보상 등 핵심 업무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AI를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수익성과 고객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릴 핵심 인프라로 보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AI 기반 심사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OCR(문자인식)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의료심사 시스템으로 진단서·수술기록지 등을 자동 분석하고, 머신러닝 기반 상병심사 시스템으로 인수 여부를 판단한다. 인력 중심 심사 구조에서 벗어나 정확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다.
DB손해보험은 ‘AI전략파트’와 ‘AI IMPACT 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략과 실행 체계를 일원화했다. 고객 참여형 보상 시스템인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사고 접수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 처리 속도를 높이고 고객 대기시간을 줄였다.
KB손해보험도 조직 개편을 통해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DT추진본부를 ‘AI데이터본부’로 재편하고 외부 인재를 영입해 실행력을 강화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 AI 에이전트와 민원 해결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정확도를 높였고,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로 고객 이탈과 계약 갱신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도 구축했다.
영업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생명은 가입설계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보험 설계 시간을 기존 평균 9분에서 1분 이내로 단축했다.
신한라이프는 생성형 AI 기반 가입설계 시스템 ‘LICO(Life Copilot)’를 도입하며 설계 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설계사가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가입 한도와 특약 규칙을 반영한 설계안을 즉시 제안하고, 자연어 기반 대화형 방식으로 설계 수정까지 가능하다.
교보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역시 AI 기반 보장분석과 사내 업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며 설계사 지원과 상담 효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들이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수익성 압박이 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비용 효율화와 생산성 제고 필요성이 커지면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AI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동시에 고객 대기시간 단축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고객경험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질병 이력과 사고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보험 산업 특성상 외부 AI 활용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AI 판단에 대한 책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험금 지급이나 인수심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책임 주체와 설명 의무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편향 문제로 특정 고객이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보험산업은 ‘사후 보상’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기술 경쟁을 넘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AI를 단순 자동화 도구가 아닌 전문성과 공감 능력을 극대화하는 능동형 영업지원 수단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보험영업은 소비자 보호 요구가 큰 만큼 안전한 활용을 위한 통제와 검증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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